KB증권, 최근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진출…관련 부서 신설 NH證, 5월 탄소금융 TF 구성…범농협 그룹 계열사 활용 예정 기존 배출권 시장比 성장성 커…컨설팅·수탁업무 등 범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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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사들이 탄소거래시장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련 사업이 시장 변동성 확대로 위기에 빠진 증권업계에 타개책으로 작용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관련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FICC운용본부 내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신설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에 일정 배출권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할당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5년 정부가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탄소배출권 과부족 할당 업체가 잉여나 부족한 탄소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내 증권사들은 규제·의무 시장인 할당배출권 시장 탄소배출권 자기매매 및 중개 영역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실제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등 3개 증권사는 앞서 지난해 5월부터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참가하고 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시장조성자가 배출권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 및 매수의 양방향 호가를 제출하는 제도다.

    이중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에 맞춰 각각 올해 3월과 4월 기존 시장조성자 중개뿐 아니라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시장에도 진출했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이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른 의무 감축이 아니라 기업, 기관, 비영리단체(NGO) 등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주요 해외 비영리 인증기관에서 인증받은 배출권을 거래하는 것이다.

    KB증권도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시장(K-ETS)에 참여해 탄소배출권 시장 유동성 증대와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분석하고 정보를 공유, 탄소배출권 포트폴리오 관리와 맞춤형 전략 제안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대상 업체에 제공할 예정이다.

    경쟁사들도 시장 진출 준비와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관련 업무 진출을 선언하거나 사업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NH투자증권은 다음 달부터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회사는 앞서 지난 5월 운용사업부 내에 탄소금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바 있다. 농협그룹 내 계열사들이 자발적 배출권을 확보하면 이를 NH투자증권이 중개해 판매하는 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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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업계에선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탄소시장은 그간 정부 주도하에 감축의무가 부여되는 규제적 시장 위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 혁신적이고 비용이 저렴한 저감 방식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 주도의 규제 시장만으론 향후 늘어날 배출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제고됨에 따라 자발적 탄소시장이 향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억달러를 돌파, 한국 K-ETS 규모를 웃도는 수준까지 성장했다”라며 “자발적 탄소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1800억달러(225조원) 규모 시장으로 변모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2050 넷제로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기업 활동에서 탄소를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탄소 크레딧을 구매해 상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증권사들은 이런 시장을 노리고 해외 감축 사업으로 만든 배출권을 중개하거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하듯 직접 해외에서 탄소저감 사업을 하고, 거기에서 생긴 크레딧을 국내나 해외에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발적 탄소시장은 규제 장치가 존재하지 않고 시장자체가 통일성 없이 분열됐다는 점에서 그만큼 리스크도 높다. 또한 장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수치화된 자료가 부족하며, 투명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라면서도 “감독당국이 없다는 특성으로 인해 자발적 탄소시장이 가지는 근본적인 리스크를 완벽하게 없애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시장은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품시장 대비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라며 ”따라서 자발적 탄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지식이 동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