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억 주담대·1120억 EB 발행에 주식 활용배당 확대·계열사 자금수혈로 ‘전방위적 지원’하림USA 투자 손실 113억…NS쇼핑 전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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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오션이 향상된 현금창출력을 통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사 주식이 동원된 주식담보대출, 교환사채(EB) 등 우회 지원에 더해 배당, 계열사 지분 투자 등 그룹의 대소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이달 초 팬오션 보유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120억원 규모의 EB(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대상 주식은 팬오션 지분 3%에 해당하는 보통주 1603만8951주(교환가액 6983원)며, 교환 청구기간은 이달 22일부터 2027년 6월 8일까지다.

    하림그룹의 팬오션 활용도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하림지주가 이달 팬오션 주식을 대상으로 발행한 EB를 주식 교환 없이 만기 상환할 시 금리는 2.53% 수준이다. 최근 회사채 금리가 4%대로 뛴 점에 비춰 하림지주로서는 유리한 금리를 취한 셈이다.

    이번 EB에는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 조항도 포함됐다. 팬오션 주가가 교환가액의 140%에 해당하는 9776원을 초과하는 것이 콜옵션 조건으로, 향후 팬오션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림지주는 팬오션 주식을 이용해서 3700억원의 담보대출도 받은 상태다. 대출을 위해 담보로 맡긴 팬오션 지분은 35.29%로, 이번 교환사채 대상 지분 3%를 더해 총 38.29%의 지분이 자금조달에 사용됐다. 이는 하림지주가 보유한 팬오션 지분 54.76% 중 69.9%에 달한다.

    팬오션은 주담대, EB 발행 등 자사 주식이 활용된 간접지원 외에 하림지주를 직접 지원하는 역할도 도맡고 있다. 배당 및 적자계열사 출자 등을 통해서다.

    먼저 팬오션은 자사 주식을 통해 하림지주를 우회 지원하는 동시에 배당수익도 직접 안겨주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 2020년 배당(267억원)을 전격 재개했다. 이는 2011년 이후 10년 만이며, 2015년 하림그룹 인수로 회생절차를 졸업한 이후 처음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해에는 호전된 업황을 계기로 배당총액을 535억원으로 두 배 확대했다.

    하림지주는 양재동 개발사업 앞둔 터라 추후 자금 들일 곳이 많다. 그만큼 팬오션의 배당은 하림지주가 직접 조달할 금액을 줄이는 데 한 몫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팬오션이 올해 전년보다 많은 6270억원 규모의 당기순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BDI(발틱운임지수)가 여전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벌크선 투자 효과가 맞물려 매출과 이익 모두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

    팬오션은 별도 당기순익의 10~20%를 배당하는 중장기 계획과 함께 주주가체 제고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배당액은 연간 순익 추정치 기반 600억~1200억원대로, 지난해 배당 규모를 웃돌게 된다.

    하림지주의 배당재원도 갈수록 풍족해질 전망이다. 하림지주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38억원을 배당했다. 그러나 팬오션이 배당을 100% 늘린 지난해 하림지주도 배당액을 기존보다 두 배 늘려 76억원을 배당했다. 하림지주 지분 23%를 가진 김홍국 회장 몫도 자연히 커지는 구조다.

    팬오션은 앞서 2021년 초 김홍국 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미국 닭고기 사업 계열사 하림USA 유상증자에 참여해 308억원을 출자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림USA는 손실을 지속했고, 팬오션은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러 113억원을 평가손실 처리했다.

    일각에서는 팬오션의 지원이 그룹 전방위적으로 확산하자 NS홈쇼핑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NS홈쇼핑은 한때 그룹 캐시카우로서 양재 물류센터 부지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며 금융부담을 떠안았다. 미래사업 투자 재원이 그룹 사업에 투입되며 NS홈쇼핑 기업가치가 떨어졌고, 그러한 상황에서 지주에 편입되며 주주가치 희석 논란을 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