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평균 낙찰률 13년만에 최저…낙찰가율 100% 하회기준금리 인상-매물 적체-대출규제 강화 여파 심각'영끌족' 경매行 등 추가매물에 본격 침체 우려
  • 자료사진. 한 경매 응찰자가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한 경매 응찰자가 입찰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DB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전성시를 이루던 아파트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시장 전반의 거래절벽 분위기가 경매시장으로 확산되면서 매물은 증가했지만 경매 3대 지표인 응찰자수, 낙찰률, 낙찰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에따라 대출규제 강화와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경매물건이 늘어나면서 경매시장도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8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서울아파트 경매건수는 48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7월 10건에 비하면 5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여기에 이달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경매 진행건수는 늘었지만 경매를 통해 주택을 매수하고자 하는 이들의 수는 줄었다. 이달 물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2.88명으로 지난해 전체평균이 6.5명을 훌쩍 넘은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달 서울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률은 27.4%로 2008년 12월이후 13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2월 80%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매수를 위한 경쟁률이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중앙지방법원 경매물건중에는 청담동 고가아파트도 있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대우 유로카운티' 전용 155㎡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감정가는 29억원으로 현재 시장에 동일면적의 매물은 없다. 다만 이보다 작은 전용 120㎡의 호가는 30억원 선이다. 이를 고려하면 해당 물건의 호가는 4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게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매물은 증가하는데 응찰자가 줄다보니 낙찰가율 역시 올들어 100% 아래에 머물고 있다. 낙찰가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경매 참가자들이 물건의 가치를 감정가보다 낮게 본다는 뜻이다.

    이달 서울아파트 경매시장 낙찰가율은 96.3%로 2020년 9월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날 서부지방법원에 나온 마포구 '신공덕 e편한세상' 전용 115㎡는 12억5999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15억1000만원의 83.4%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주택시장 상승장때 측정된후 하락장때 경매로 부쳐져 낙찰가율이 빠졌다. 현재 동일면적의 매도호가는 16억5000만원으로 감정가보다 높다. 하지만 응찰자들이 보수적으로 가격을 써내면서 낙찰가가 매각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경기와 인천도 하락세다. 경기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46.0%로 절반이상 물건이 유찰됐다. 인천 낙찰률은 31.0%에 불과했다.

    유찰을 통해 물건을 저렴하게 낙찰받으려는 수요가 많아진 영향도 크다. 경매물건이 유찰될 경우 최저 매각 가격은 20~30% 낮아져 다시 경매에 나오게 된다. 지난해 같은 시기 낙찰가율이 110%를 웃돌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한두번 유찰된뒤 낙찰되는 것이 최근의 분위기"라며 "신건이 나오더라도 단번에 낙찰되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주택 경매 시장의 위축 요인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 가중과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이후 절세매물이 시장에 급매로 많이 풀리다 보니 선택권이 넓어져 굳이 신건 낙찰을 위해 입찰가격을 높게 써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특히 올해부터 강화된 대출규제의 영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경매는 대출자금의 비중이 높은데 경락잔금대출 역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을 받는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이달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매매 시장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경매 시장에 몰렸던 투자 수요도 관망세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주택경매시장이 지금보다 더 침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진 가운데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경매물건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일부 '영끌족' 주택이 경매로 넘어오는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금리인상과 이달부터 강화된 DSR 등의 영향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투기 수요가 줄고 경쟁률이 낮아졌다"며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주택수요가 감소하면서 앞으로 경매로 넘어오는 매물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최근 경매물건 감정가액이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주택경기 위축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진 만큼 입찰가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