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법성 명확해 보인다"외환거래법‧자금세탁방지법 위반 1차 촉각선관주의, 내부통제 또 도마에정치권, 국제적인 제약 가능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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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이 수상한 외화 송금 파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미 2~3개 은행 검사를 진행한 금감원이 '불법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여러 불법 요소가 강하게 보이는 상황"이라며 "불법성이 명확해 보이고 그 과정에서 대량 외환 유동성의 해외 유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외환감독국·일반은행검사국·자금세탁방지실 등이 총출동해 확인한 내용으로 추가 검사도 예고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달 시중은행들로부터 이상 외환거래 자체점검 결과를 받았다.

    집계 결과는 44개 업체, 53억7000만 달러로 7조원을 웃돌았다.

    물론 "정상 거래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거꾸로 금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많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 대형 금융사에서도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거래, 가상자산 관련 송금거래, 특정 영업점을 통한 집중적 송금거래 등의 유사거래 사실이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연계 등 수상한 해외송금 규모가 수조원대 더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신한·우리은행의 경우 금감원 조사 후 관련 금액이 4조1000억원(33억7000만 달러)으로 당초 은행측이 보고한 내용의 두배에 달했다.

    문제는 은행측은 정상적인 무역대금 거래였다고 항변하지만 혐의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데 있다.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환치기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자금세탁설, 대북지원설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당장 외환업무 취급과 자금세탁방지업무의 이행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예방에 나서지 않은 게 아니냐는 등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이상 외화 송금거래를 경고하는 수차례 주의를 당부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들의 허술한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도 팽배하다.

    정치권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대외신인도 추락은 물론 각종 금융거래에서의 국제적인 제약 가능성 마저 거론하고 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과 연계된 위장 외환송금이 여러 은행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것은 자금세탁방지 관련 은행 내부통제나 감독당국 적발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달러 송금이 불법, 테러, 적성국가 자금과 연계되어있을 경우, 미국법에 따라 벌금 또는 미 은행계좌 폐쇄 제재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4월 국내 한 은행은 對이란 제재 위반으로 미국 사법당국에 1000억원의 벌금을 낸 바 있으며 또다른 은행은 자금세탁을 막을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로 뉴욕지점에서 119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자금세탁방지 등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미국은 이번 국내 은행들의 수상한 외화송금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 당국의 제재를 받는다면 해당 금융사는 평판 하락은 물론 금전적인 손실에 더해 현지 사업까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