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상승 장기화 가능성…조합·시공사 갈등 심화HDC현산 사고·공사비 인상 여파로 시공권 다수 상실
  •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연합뉴스
    ▲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연합뉴스
    최근 주택 정비사업시장에서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양측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시공사 계약해지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한 가운데 하반기에도 시멘트 등 추가 가격인상이 예고돼 건설업종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주택정비조합과 시공사간 줄다리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올 초부터 지속된 공사비 인상이 갈등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중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후폭풍, 자잿값 인상이라는 이중고가 겹치며 전사업장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7월 경기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총회를 열고 시공사인 HDC현산·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에 대한 시공계약 해지를 의결했다. 해당안건에는 전체 조합원 1993명중 88%가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은 8월중 시공사선정 입찰공고를 낸 뒤 올해 안에 새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 광진구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 경기 광명11구역 재개발, 대전 도안아이파크시티2차, 부산 서금사재정비촉진A 재개발, 경기 광주 곤지암 역세권 아파트 신축공사 등이 HDC현산과 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이 계약을 해지한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 붕괴사고이지만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이 건설사의 시공권 방어의지를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리모델링시장에서도 계약해지가 이어졌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최근 성남 분당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 조합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 곳에서도 공사비인상이 갈등의 기폭제가 됐다. 조합은 3.3㎡당 630만원, 시공사는 3.3㎡당 72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하며 수 차례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자재값 인상의 여파로 올해 4월 말 기준 3.3㎡당 공사비가 지난해 말 대비 10~15%나 올랐다"며 "앞으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공급망 위기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중소·중견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시장에서 비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비업계에서는 공급망 위기가 해소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조합·건설사 간 힘싸움과 계약해지가 빈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올 하반기 철근을 제외한 시멘트 등 자잿값 대부분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공사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멘트 경우 가격상승세가 매섭다. 시멘트가격은 지난 5월 t당 7만8800원에서 9만원대로 13~15% 올랐고 하반기에 30% 추가인상이 예상된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조합과의 긴밀한 소통 외에는 시공권 계약해지를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며 "자금 압박으로 계약이 해지된 중소사의 자리를 대형사들이 대신하면서 정비사업 내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