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상품 빠질 듯1인당 5000만원 한도도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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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면서 저축은행 업계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퇴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축은행 상품이 디폴트옵션 지정 가능 상품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제약 요건들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의결에 따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DC)와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에 디폴트옵션이 시행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명확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때 사전에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로, 연 1~2%에 머무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노동자는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하는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가입자가 총 6주간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돼 자동으로 사전에 합의한 투자 상품에 투자가 이뤄진다.

    다만 저축은행 상품은 고용노동부의 원리금 보장 상품의 디폴트옵션 승인 요건 가운데 '상시 가입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다른 업권과 달리 1인당 가입 한도(5000만원)가 제한됐다.

    고용부가 디폴트옵션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 시 최대 3개사의 상품까지만 넣도록 제한한데다 저축은행 상품을 포함하면 가입 한도가 생기는 만큼 퇴직연금사업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DC형과 IRP형 상품군에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자사 예·적금을 포함시키는 방식 등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을 공략해왔다. 다른 상품보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아 소비자들의 호응도 컸다.

    실제 2018년 1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저축은행 퇴직연금 예·적금 잔액은 2019년 6조7000억원, 2020년 13조4000억원, 2021년 20조9000억원까지 불었다. 퇴직연금 판매사도 2018년 23곳에서 지난해 32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이러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소형 저축은행의 피해가 막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가 작을 수록 취급 한도가 적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들 입장에서는 1인당 가입 한도가 있는 저축은행 상품을 굳이 포함시키려 않을 것"이라면서 "높은 금리를 제공해도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