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전문성 높여 조세범 처벌 강화 계기""전속고발권 조정 위한 포석 아니냐" 우려도'단순 실수' 납세자는 검찰 조사로 부담 백배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처 업무보고를 한 뒤 업무보고 내용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처 업무보고를 한 뒤 업무보고 내용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올해 하반기 '조세범죄합동수사단'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세청 직원들과 업계의 반응은 긍정과 우려가 뒤섞인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새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조세범죄합수단을 올해 하반기에 신설하고 조세·관세포탈, 역외탈세, 해외불법재산 형성 등 탈세범죄와 공정거래 사범을 포함한 경제범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아직 조세범죄합수단의 수사범위와 파견인력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국세청과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는 지켜보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조세범죄합수단을 신설한다고 발표하기 전에 법무부에서 국세청에 전화는 한 번 왔었다. 그 이후로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한 것은 없다"며 "인력파견 요청 등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세범 기소율, 타 형사범보다 낮아… '전문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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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범죄합수단의 운영방식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조세범 기소율이 타 형사사건에 비해 낮은 점을 감안할 때 합수단 운영이 조세범 기소율을 끌어올리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18년 발간한 '조세범에 대한 처벌 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2008~2017년 10년 동안 전체 형사범에 대한 평균 기소율은 39.1%였다. 조세범에 대한 기소율은 23.1%로 큰 차이가 났다.  

    법원 판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징역형을 받은 전체 형사범은 20.5%였던데 비해 조세범은 16.9%에 그쳤다. 반면 집행유예를 받은 전체 형사범은 31%였지만, 조세범은 47.2%로 타 형사범에 비해 조세범에 대한 처벌이 비교적 관대한 모습이었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이런 원인을 검찰과 법원의 전문성 부족과 견해 차이로 본다. 세법은 복잡하고 전문적인데 순환보직을 하는 판사와 검사가 전문적인 내용을 파악해 기소하고 법적 판결을 내리기까지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세청에서는 탈세 규모보다, 탈세 수단이 지능적·악질적인 방법 또는 새로운 유형의 탈세에 더 무게를 두고 조세범을 검찰에 고발했더라도, 검찰과 법원에서는 조세범죄 수단보다는 탈세액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는 등의 견해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만약 조세범죄합수단에 국세공무원이 다수 파견된다면 국세청과 검찰의 견해 차이를 좁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성까지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세청 한 직원은 "세법이 복잡하기 때문에 사실 검찰이나 법원에 가서 설명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조세범죄합수단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국세청 직원이 파견을 나가 역할을 한다면 조세범 처벌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세무서 한 직원도 "선진국으로 가려면 탈세에 대한 처벌은 확실하게 해야 하고 이것이 성실납세를 담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탈세를 저질러도 가산세 정도만 낸다고 한다면, 탈세자 입장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면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어서 더욱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직접 나서면… 납세자 '압박' 우려도 

    일각에서는 조세범처벌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과 관련해 법무부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없잖다. 

    현재 조세범처벌법은 조세포탈 예상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인 경우 국세청에서 조세범칙조사를 시행하며 사안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게 된다. 이는 국세청만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전속고발권으로 검찰에서는 수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특가법에 해당한다면 국세청의 고발없이도 검찰에서 인지수사가 가능하다. 특가법 적용 기준은 연간 5억원 이상의 조세포탈이 있었거나 공급가액이 30억원 이상의 허위세금계산서를 교부했을 때 등이다. 조세범처벌법과 특가법 모두 적용 기준이 조세포탈세액 5억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국세청의 전속고발권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조세범죄합수단을 통해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조사를 지휘한다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단순실수 등으로 인한 조세포탈에 대해서도 인신구속 등의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세무대리인은 "금융·증권범죄합수단, 보이스피싱합수단, 조세범죄합수단 등 벌써 세 번째 합수단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검찰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라며 "국세공무원이 아닌, 검찰이 조사에 나서면 납세자가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다음 달 시행 예정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응해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수단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