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美 CPI 8.5% 상승…국제유가 하락에 시장 예상치 하회Fed 긴축 속도 완화 가능성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전망뉴욕증시 주요 지수 급등…코스피 안도 랠리 기대감 커져
  •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둔화하면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가 형성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13일 발표되는 8월 CPI도 상승 폭이 둔화하면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회 연속 0.75%포인트 올리지 않고, 0.5%포인트 인상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7월 CPI가 전년 대비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1981년 11월 이후 최고치였던 9.1% 상승에서 크게 하락한 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8.7% 증가를 밑돈 수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이른바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5.9%, 전월보다 0.3% 각각 상승했다. 이 역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를 각각 0.2%포인트 하회했다.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한 건 최근 하락세에 접어든 국제유가 영향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하던 휘발유 가격이 하락한 점이 물가 급등세를 멈추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부적으로 7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4.6% 하락했고, 이 가운데 휘발유 물가는 7.7% 급락했다. 유가 하락으로 6월 폭등했던 항공권 가격은 전월 대비 0.8%, 1년 전 대비 7.8%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운송 서비스 물가도 전월 대비 0.5% 내렸다. 

    미국·유럽 등 주요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을 바라던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특히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3대 지수는 모두 종가 기준 5월 4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5.10포인트(1.63%) 오른 3만3309.51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7.77포인트(2.13%) 상승한 4210.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60.88포인트(2.89%) 뛴 1만2854.81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의 피크아웃을 확인하며 기대감을 반영했다”라며 “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탄력적 조절에 따른 경기 둔화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며 최근 낙폭이 컸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3%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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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 발표로 연준의 금리 인상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연준은 앞서 지난 7월과 8월 인플레이션 억제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금리를 두 번 연속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에도 0.75%포인트 인상을 시사했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자 9월 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됐다”라며 “그러나 이번 물가 발표 이후 빅스텝(50bp 인상) 전망이 우세해졌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긴축에 속도를 높여온 Fed가 가속 페달을 느슨하게 밟을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다음 달 13일 발표되는 8월 CPI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피크아웃은 시장에 우호적인 변화로 작용, 당분간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연준이 당장 돌아서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주식시장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재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었던 물가 지표에 안도했기 때문에 당장 매크로 이벤트상 시장이 조정받을 유인은 딱히 없다”라면서도 “증시 추가 상승에 대한 너무 낙관적인 태도는 지양하고 연준의 결정을 기다리며 관망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