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부가세 도입이후 세율 10% 변화없어 국가부채 급증…한은총재·KDI, 부가세 인상 주장 정부·정치권 '난색'…치솟는 물가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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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년 동안 그대로인 부가가치세를 인상하자는 주장이 슬금슬금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부가세는 용역이 생산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생기는 부가가치에 대해 내는 세금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재화(물건)이나 용역을 제공받을때 그 가격의 10%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1000원의 물건을 샀다면 그 안에는 부가세 10%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부가세율은 1977년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45년간 10%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19%, 프랑스와 영국은 20%, 스웨덴은 25%의 부가세율을 유지하는 등 OECD 평균 부가세율은 19.3%다. 우리나라에 비해 두배 이상인셈이다. 다만 영국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한시적으로 부가세율을 5%로 낮췄다가 지난 4월 20%로 환원했다. 

    ◇부가세율 인상, 가장 큰 이유는 '세수확보' 

    다른 국가들이 부가세율을 인상하는 이유는 '재원 마련'이 가장 큰 목적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다른 세목보다 손쉽게 거둘 수 있는데다 세율인상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부가세율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영국은 2011년부터 부가세율을 17.5%에서 20%로 인상했으며 이탈리아는 2012년 20%였던 부가세율을 21%로 인상한 뒤 2014년 22%로 한 차례 더 이상했다. 프랑스는 2014년 16%에서 20%로 인상했다. 일본은 2014년 부가세율을 5%에서 8%로, 2019년 10%로 인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부가세수가 71조2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p만 인상해도 연 14조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부가세율을 인상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은 적이 없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 재원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 등으로 국가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 국가채무는 1075조원이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로 전망된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2027년 67.8%, 2030년 78.9%로 예상된다. 어느 세목에서든 증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 ▲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 치솟는 물가로 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연합뉴스
    ▲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 치솟는 물가로 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연합뉴스
    ◇부가세 인상 주장 수년째…정부는 '난색' 

    재원 마련의 필요성을 알고있던 정치권에서도 부가세 인상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시적 부가세 인상을 통해 손실보상기금을 마련해보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며 "부가세 1%가 오른다면 전체 물건값의 1% 정도가 오르는 것인데, 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 100원 정도를 더 부담해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민주당에선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상황과 202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며 이 의원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1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부가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이에 화답하듯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부가세율을 10%에서 12%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지난 2020년에도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구매력 감소 등으로 부가세율을 12%로 인상하고 현재 면세 대상인 교육과 금융, 의료 부문에 5%의 경감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부가세 인상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증세 자체가 국민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데다, 최근에는 법인세와 부동산 세제 인하 등 부자감세라는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민과 중산층 등을 가리지 않고 부과되는 부가세율 인상을 환영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연 물가상승률이 5%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부가세는 재화나 용역에 일정 비율로 부과되는 세금인만큼 물가를 자극시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노년층이 증가하고 정부의 재정 역할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증세를 해야하는 것은 맞다. 특정계층에 세부담을 주기보다는 전체 국민이 부담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소득세도 면세자 비율을 줄이고 법인세도 최저한세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우리나라 부가세율이 낮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부가세율 인상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서 당장 올해 추진하겠다는 것은 안 된다"며 "부가세율을 인상하면 가처분소득이 낮은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이는 사회보장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부가세율 인상과 근로장려세제 범위를 넓히는 것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부가세 인상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