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전력구입비 큰 폭으로 늘어 영업손실 올해 3분기 기준연료비 인상·재무조정에도 대규모 적자한전, 산업부에 기준연료비 연간 조정한도 개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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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력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올해 상반기에만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하반기에도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2일 한전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와 민간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구입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올 상반기 매출은 31조9921억원, 영업비용은 46조29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이 7조8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개월 사이 6조5000억원의 적자가 더 발생한 것이다. 

    한전이 구입하는 연료중 하나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지난해 1~6월 톤당 평균 57만7000원이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134만4000원을 기록, 132% 급등했으며 유연탄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톤당 99달러였지만 올해에는 318달러로 221%나 올랐다. 

    이에따라 한전이 민간발전사들에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kWh당 78원이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kWh당 169.3원으로 117% 폭등했다. 자회사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모두 급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 폭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물가상승 우려에도 올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 상승에 따라 조정되는데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한전은 올 3분기 kWh당 33.6원으로 기준연료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분기별 조정폭은 kWh당 ±3원이기 때문에 이 범위 내에서만 인상해야 했다. 한전은 분기 조정폭을 연간 조정한도인 kWh당 ±5원 내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약관을 개정해 지난 6월27일 kWh당 5원을 인상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는 연간 조정한도인 kWh당 5원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올해 4분기에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전은 이날 실적 발표를 하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전은 "국제 연료가격 상승 등에 따른 원가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상반기 큰 폭의 적자가 발생했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지속가능하고 원가주의에 기반한 합리적 전기요금 개편 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꾸준히 요구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마련한 자구책도 적자를 해소하는데 턱 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5월 출자지분 매각 8000억원, 부동산 매각 7000억원, 해외사업 구조조정 1조9000억원, 긴축경영 2조6000억원, 긴축경영 등으로 6조원 가량의 재무개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자산매각 등을 통해 1조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적자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연료비 조정단가에 대한 연간 조정한도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산업부에 연간 조정한도 폭을 완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선 6~7월 물가상승률이 6%대를 기록하는 등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 속에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산업부에서도 한전의 요청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