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소주성·탈원전 폐기" 선언"기업·경제주체가 역량을 발휘하게 돕는 게 정부의 역할"'부자 감세' 지적엔 "민간투자·일자리창출 위한 세제 정상화""혈세 허투루 써선 안돼…내년 예산안부터 성역없는 구조조정"
  • 취임 100일 기자회견 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 취임 100일 기자회견 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복합위기의 파고를 민간·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극복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소주성)과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으며 이를 폐기한다고 재확인했다. 아울러 나라 곳간 위기를 긴축 재정으로 극복하겠다며 당장 내년 예산부터 성역없는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민간·기업 중심의 Y노믹스(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부각하고 앞으로도 이런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먼저 윤 대통령은 소주성이 잘못된 경제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소주성을 폐기하고 경제기조를 철저히 민간·시장·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했다"며 "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꿨다. 상식을 복원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시장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작동되도록 제도를 뒷받침하고, 기업과 경제 주체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설명에 따르면 새 정부는 지난달 말 현재 총 1004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관리 중이며 이 중 140건은 법령 개정 등으로 개선 조치를 완료했다. 703건은 관련 부처에서 개선 조치 중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에서 '부자 감세'라고 지적하는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과 관련해선 "민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 정상화"라며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비"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일방적이고 이념에 기반한 정책"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원잔산업을 다시 살려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건설에 다시 착수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은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수천억원의 발주와 금융지원에 착수했다"며 "해외에서 우리 원전 발주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원전산업을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재정건전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허투루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공적 부문의 긴축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하고, 이렇게 확보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데 쓸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며 "내년도 예산안부터 성역 없는 지출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지출 절감에 착수했다. 방만해진 공공기관을 핵심 기능 위주로 재편하는 등 공공부문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관련해선 "서민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를 대폭 낮추고, 1조원쯤의 긴급생활안정지원금과 2500억원 규모의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했다"면서 "소상공인에게는 충분한 금융 지원을 통해 대출금 상환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집값 안정과 관련해선 "징벌적 부동산 세제를 비롯해 수요 공급을 왜곡하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했다"며 "공공 임대료 동결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고 깡통 전세, 전세 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 단속과 전세보증금 보호 방안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2월29일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선인.ⓒ연합뉴스
    ▲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2월29일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선인.ⓒ연합뉴스
    이어진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반지하 등 재해취약 주택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동안 주거복지 관점에서 열악한 주거환경 문제를 바라봤는데 이번에 이분들의 안전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느꼈다"며 "우선 공공임대주택과 전세자금 금융지원에 여력이 있다. 이를 빨리 시행해 (재해취약 주택 거주자가) 향후 집중호우에도 안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창틀, 문 등을 과학적으로 설계하면 좀 더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을 총동원해 우리나라 모든 지류 하천, 수계를 모니터하고 이를 경보시스템과 연동해 집중호우 때 주민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과거사 문제는 양국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때 양보와 이해를 통해 더 원만하고 빠르게 해결될 거라 확신한다"면서 "한일 관계는 동북아, 세계 안보상황에 비춰볼 때, 공급망과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긴밀한 협력관계가 됐기에 양국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모두발언에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개선해 빠르게 한일관계를 복원시켜 나가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선 "현재의 노동법 체계가 과거 2차 산업 기반의 그것이라면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구조하에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의 공급도 기업, 산업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부와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장 양극화, 노동에 따른 정당한 보상 등은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며 "노동시장을 개혁한다면 일시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분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문제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노동계 불법 파업과 관련해선 "우리의 노동법 체계는 산업현장의 노사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국민이 합의한 것"이라며 "노사 불문하고 법을 지킨다는 일관된 원칙을 예측가능하게 유지하면서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노사 분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가 해나가야 할 일"이라며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과 관련해선) 노동에 대한 보상(임금)이 정당한지에 대해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가겠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