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외채비율 41.9% 10년래 최고치 기업 달러로 돈 빌려… 원화 약세 지속외화 유출 이례적… 금융위기 대비해야
  •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320원 선을 또다시 뚫었다. 금융권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마무리되는 연말까지 '킹달러' 시대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선 가운데 기업의 달러 수요까지 커지면서 단기 외채비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원 40전 인상한 달러당 1320원 70전에 거래가 마무리됐다. 종가 기준 1320원을 넘어선 것은 7월 15일(1326원 10전) 이후 한 달 만이다. 당시 환율은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20원대 돌파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계속 오름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1326원으로 시작한 환율은 1327원까지 진폭을 거듭하고 있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자리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매파적 기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되자 달러 강세 압력으로 연결됐다.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목표치(2%)를 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직 거의 없다"고 발언했다. 

    시장에서는 유례없는 강(强)달러가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인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한 고환율은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올 2·4분기 우리나라 단기외채비율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1년내 갚아야 할 외채비율이 늘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4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 2분기 단기외채비율은 41.9%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3.7%p 증가했다.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7.8%로 전 분기 말보다 1.0%p 상승했다. 6월 말 기준 대외채무는 6620억달러로 지난 3월 말(6541억달러)보다 79억달러 늘어 역대 최대치다. 단기외채(1838억달러)는 3월 말보다 89억 달러 늘었다. 단기외채 비율은 작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상승했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은행을 통한 달러 확보에 나선 점도 단기차입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기업들은 신용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자 국내 은행을 통한 달러 차입 비중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외채 건전성은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단기 외채비율이 지난 10년 평균치인 33.8%보다는 높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78.4%보다 낮은 규모다. 또 최근 건전성이 떨어진 요인이 외국인의 자본유출 때문이 아니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자산의 평가액 감소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달러 속 외화수요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뒤따른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외화 순유출이 지속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세계 금융위기 직전도 유사한 상황이 나타나 단기 외채가 증가한 적이 있다"면서 "금융위기 상황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을 초래하는 계기가 된 만큼 혹시 모를 충격에 대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최근 단기 외채 증가는 앞으로 원자재가격 상승과 수출여건 악화 등으로 기업의 외화수요가 늘면서 외채 증가 압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