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외환위기 이후 최고점 경신, 유통사도 촉각롯데쇼핑·신세계, 환율 올라가면 수십·수백억 환차익 기대이마트·현대百, 외화 부채 늘어나며 환율 상승시 손익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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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에 유통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통상 유통업계는 환율 변동에 민감도가 낮은 업종으로 꼽히지만 최근 해외자산과 부채가 늘면서 상황이 변했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환율이 올라갈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곳이다. 반면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환율이 올라갈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6일 유통업계는 원·달러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장중 1370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13년 5개월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이런 환율의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점이다. 한미 금리 역전 우려 등으로 인해 향후 원·달러 1400원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업계가 환율 상승에 서로 다른 표정을 보이게 된 이유다. 

    롯데쇼핑은 통상 환율이 10% 상승시 세전 순이익이 205억원 증가하는 효과를 받는다. 롯데쇼핑은 상반기 원·달러 평균환율을 1232.94원으로 반영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하는 현시점을 기준으로 약 11.1%의 환율 상승효과를 받게 된다. 앉아서 205억원대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신세계도 규모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구조다. 신세계도 원·달러 환율 10% 상승시 32억원의 세전 순이익이 증가한다. 

    이런 환율 영향에 대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이다. 이마트는 지난 1분기까지도 환율이 상승할 경우 세전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상반기를 기준으로 역전됐다. 이마트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30억원 규모의 세전 순손실이 발생한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1분기까지 환율 10% 상승시 세전 순이익이 발생했지만 상반기를 기점으로 30억원의 세전 순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이 환율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자산·부채 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 통상 환위험을 측정할 때는 전기 말과 다른 변수가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달러 통화로 보유한 자산과 부채의 가치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 자산의 가치가 달러화 부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세전 순이익이 늘어난 반면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달러화 자산의 가치상승 이상으로 달러화 부채의 상승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해외 사업의 영향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상반기에 미국의 자회사 PK RETAIL HOLDINGS, INC를 통해 부동산개발 계열사 PKRE Investments, LLC를 설립하고 미국 LA에 빌딩에 대한 공동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외에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하는 등 해외자산 투자 과정에서 달러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바 있다.

    현대백화점도 미국 아마존 1위 매트리스 기업인 지누스를 인수하면서 자산구조의 변화가 생겼다. 지누스는 미국 등 해외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인데, 해외사업 보유 부채 대부분이 달러화로 구성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사가 환율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헷지 등 다양한 장치를 두고 있다”며 “유통업계 특성상 큰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지만 해외 제품 소싱 등의 영향도 있어 환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