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사업 기반 국내 인프라 충분생산 과정 이산화탄소 배출 없고, 운송 역시 수소 대비 수월정부, 샌드박스 25건 승인 등 규제 혁신 속 기업들 앞다퉈 시장 진출"2050 탄소중립 전략 필요 수소 '3천만t' 중 70% 수입 의존 문제 숙제
  • ▲ 세계 최대 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 파일럿 설비가 들어설 예정인 롯데정밀화학 울산 사업장. ⓒ롯데정밀화학 제공
    ▲ 세계 최대 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 파일럿 설비가 들어설 예정인 롯데정밀화학 울산 사업장. ⓒ롯데정밀화학 제공
    기업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경제에 눈독 들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청정수소(그린수소-블루수소) 생산이 핵심이다. 그 중 암모니아에 기반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이목을 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수소를 수입해 사용하는, 수입 의존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국내 수소 수요는 약 3000만t인데 이 중 80%(2200만~2400만t)를 해외 수입 수소로 충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화석연료로 만든 '그레이 수소'로 친환경 기조에 맞지 않는다. 탄소 발생이 없는 그린수소나 블루수소를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는 국내 자연환경 상 생산에 한계가 있고, 탄소를 포집해 만드는 블루수소의 경우 아직 '탄소포집-저장(CCS)'과 '탄소포집-활용(CCU)' 등 기술이 상용화 되지 못했다.

    중장기적으로 해외 수소를 들여오는 안정적 공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호정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2050 탄소중립 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위해 약 2700~2800만t의 수소가 필요하다. 결국, 그린수소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암모니아 기술은 수소 수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호주와 사우디 등 블루-그린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증단계에 접어들며 수소 수입에 가까워졌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에쓰오일(S-OIL)과 현대오일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를 통해 암모니아를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아람코는 에쓰오일 지분 63.4%,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2대 주주)를 보유 중이다. 아람코는 지난 2018년 8억9200만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하루 생산량 3300t 규모의 암모니아 공장을 세웠다.

    수소를 운송하고 추출할 수 있는 암모니아도 각광받고 있다. 

    암모니아는 액체 상태의 수소와 비교하면 같은 부피당 수소 저장 용량이 1.7배 크고 상온에서 쉽게 액화한다. 더 낮은 비용으로 수소의 수송-저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질소(N)와 수소(H)의 화합물이기 때문에 연소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청정 수소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앞다퉈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GS에너지는 지난해 10월 블루 암모니아 도입을 위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와 도입 실증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롯데정밀화학은 세계 1위 암모니아 유통회사 트라모와 지난해 8월 그린 암모니아 구매 협약을 체결했다.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 연구도 한창이다. 

    롯데그룹 화학군(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은 지난달 24일 미국 시지지와 일본 스미토모 상사 그룹과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광분해 기술 공동사업개발협약을 맺었다. 

    암모니아 광분해 기술은 분해의 에너지원이 빛이다. 설비를 전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설비의 가동 및 중지에 필요한 시간이 짧아 빠른 가동이 가능하며, 수소의 중소규모 생산에 유리하다.

    나아가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에 암모니아로 청정 수소를 만드는 세계 최대 설비가 국내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서면으로 열고, 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설비 구축-운영' 등 총 25건의 규제 특례와 임시 허가를 승인했다.

    앞서 롯데정밀화학은 수소경제 육성-수소 안전관리법에 발목을 잡혔다. 이 법에 따르면 수소추출설비는 관련된 제조허가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관련 안전 기준이 없어 제조허가-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제 롯데정밀화학은 울산 사업장에 세계 최대 규모인 1000N㎥/h급 시험설비를 구축해 수소 추출 시스템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설비구축에 앞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위험성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해당 설비는 암모니아(NH3)를 수소(H2)-질소(N2)로 분해한 뒤 질소를 제거해 수소만 추출해낸다. 완공될 시 하루에 수소 약 2t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는 하루에 수소차 280여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롯데정밀화학 측은 "울산사업장에 세계 최대규모인 시간당 1000N㎥급 파일럿 설비를 구축해 수소 추출 시스템을 우선 검증할 것"이라며 "데이터를 확보해 2025년 이후 국산 설비 상용화를 추진해 향후에도 청정 암모니아-수소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