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대비 0.3% 하락석탄석유제품 -8.6%, 공산품 지수 -1.4%"경기와 물가, 트레이드오프 뚜렷"
  • ▲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살 맛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명절 성수품을 구매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뉴데일리DB
    ▲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살 맛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명절 성수품을 구매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뉴데일리DB
    국제 유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생산자물가지수가 22개월만에 처음 하락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낮은 120.12를 기록했다. 2010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내림세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1.6% 상승으로 고점을 찍은 뒤 5월 0.7%, 6월 0.6%, 7월 0.3%로 둔화됐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8.4% 상승으로 21개월째 오름세다.

    품목별로 보면 유가 하락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이 8.6% 하락했다. 화학제품(-2.4%), 1차금속제품(-1.1%) 도 하락세를 이끌었다. 전체 공산품 지수도 1.4% 내렸다.

    하지만 농산물이 3.8% 증가하고 축산물이 2.1% 오르는 등 농림수산품은 2.5% 비싸졌다. 태풍 등 기상 여건이 나빴던데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추(32.1%), 시금치(31.9%)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은 도시가스를 중심으로 3.6% 올랐다. 음식점·숙박, 금융·보험 등 서비스 지수도 0.3% 증가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한달 새 1.0% 하락했다. 이역시 2020년 11월 이후 1년 9개월만에 하락 전환이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총산출물가지수 역시 0.6% 하락해 8개월만에 내림세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 지표로 조만간 물가 전반이 안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8개월만에 꺾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늦어도 10월 이후 물가 여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안정세는 금리인상 압박을 받는 한국은행에게는 고민거리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3차례 연속 기준금리 0.75%p 인상했고 연말 4.5%까지 도달한다는 전망이 나오자 한은도 10월 금통위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금리마저 인상하면 자칫 경기침체로 빠질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8월 금통위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경기와 물가의 트레이드오프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경로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이 증가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미국의 높은 금리는 한국에 (원화) 절하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금리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준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이 4% 이상으로 상당폭 올라졌다는 변화를 포함해 국내 물가, 성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금리 인상폭과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