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신당8구역 건설사 브랜드 대전 예고새 브랜드 남발 시 희소성·가치 하락 우려
  • ▲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연합뉴스
    ▲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연합뉴스
    도시정비사업 시장에 프리미엄 브랜드 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고급 주거단지의 수요가 높아지자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명품 외관 및 특화설계를 반영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주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 브랜드 적용이 불가피하지만 이런 기조가 장기화되면 오히려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간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8개 건설사가 참여해 흥행에 성공한 신당8구역 재개발도 새 브랜드간 경쟁이 예상된다. 

    신당8구역 재개발사업은 중구 신당4동 321번지 일대 구역면적 5만8439.3㎡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8층 아파트 16개동 총 1215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2일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대방건설 등 8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당8구역의 경우 입지 자체가 좋은데다 원래 시공사였던 DL이앤씨와 조합이 '아크로' 적용 문제로 갈등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브랜드 파워가 수주전의 향방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7900억원 규모의 대어인 한남2구역도 대우건설이 '써밋', 롯데건설이 '르엘'을 내세우며 브랜드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72-3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동 규모의 아파트 1537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한다. 시공사 선정총회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현재 10대 건설사중에서는 ▲현대건설 '디에이치' ▲DL이앤씨 '아크로' ▲포스코건설 '오티에르'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롯데건설 '르엘' ▲SK에코플랜트 '드파인' 등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중이다.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는 기준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보통 새 브랜드를 적용하는 아파트는 최신 외관 및 특화설계와 디자인, 조경 등이 적용돼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조합원들의 평균 소득이 높고 입지가 좋은 한강변, 서울 강남 등에 주로 적용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회사내 브랜드가치제고협의회에서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며 "평당 분양가가 기준이 된다는 오해가 많은데 요즘처럼 공사비와 시세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최근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1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파트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주는 영향에 대해 전체 응답자중 87.4%가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과거에 비해 브랜드가 아파트 선택시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5.7%가 '중요해졌다'고 응답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양날의 검'과 같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으로 고급화 바람이 더욱 짙어짐에 따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불가피하지만, 새 브랜드를 단 아파트가 늘수록 희소성과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특화설계나 조경, 커뮤니티시설 등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조합 측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최우선 조건으로 못박는 경우가 적잖다"며 "사업을 따내려면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남발하다간 기존 브랜드는 물론 하이엔드 브랜드의 경쟁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시장 내 경쟁력이 여전히 높은 '래미안'이나 '자이'의 사례처럼 하이엔드 브랜드가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며 "다만 최근의 부동산 한파 속에서도 새 브랜드를 요구하는 조합이 많은 만큼 건설사들의 고급화 출혈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