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환 해수장관 "대우조선처럼 급하게 매각 안 해""민영화 원칙은 분명… 외국기업·사모펀드에 안 팔아"산은·해진공 영구채 포함 지분 71.68%… 통매각 어려워선복량 늘었으나 한진해운 물류네트워크 회복 안 돼 경쟁력↓
  • ▲ HMM 알헤시라스호.ⓒ해수부
    ▲ HMM 알헤시라스호.ⓒ해수부
    해양수산부가 단계적으로 정부지분을 팔겠다던 HMM 민영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10조원에 육박하는 몸값 때문에 새주인 찾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HMM을 대우조선해양처럼 바로 매각할 일은 없다"며 "기업의 가치, 해당 산업이 놓인 환경 등에 따라 매각 시기는 다르게 논의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시장에선 다음번 민영화 대상으로 HMM을 꼽았었다. HMM은 2010년대 해운시장 불황으로 경영권이 현대그룹에서 산은으로 넘어간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유지분은 산은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 19.96%, SM그룹 5.52%, 신용보증기금 5.02% 등이다.

    조 장관은 지난달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HMM이 흑자가 계속 나는 상황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며 사실상 민영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HMM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데 이어 올해도 매출 18조7000억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 등 최고치 기록이 예상된다. HMM의 경영정상화에 탄력이 붙은 상태고 해운업 대호황이 저무는 분위기여서 산은이 때를 놓치지 않고 매각에 나설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 ▲ 브리핑하는 조승환 장관.ⓒ해수부
    ▲ 브리핑하는 조승환 장관.ⓒ해수부
    문제는 HMM의 늘어난 몸값이다. 지난 27일 기준 산은과 해진공의 HMM의 지분가치는 3조8863억원 규모다. 여기에 이 두기관이 보유한 영구채(5억3600주)를 주식으로 바꿀 경우 HMM 지분율은 40.65%에서 71.68%로 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조원이 넘는다.

    산은으로선 HMM의 몸값이 고점을 형성한 현재 파는 것이 최선이지만 인수자 입장에선 '거품'이 빠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의 '피크아웃'(고점 통과 후 하락)이 현실화하며 업황이 한풀 꺾이는 현재 HMM을 10조원 이상에 사들이려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당장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뿐더러 매수자가 나타나더라도 몸값을 두고 상당 기간 줄다리기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선 이런 시장 상황이 조 장관이 당장 HMM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말한 배경 중 하나라고 본다.

    다만 조 장관은 HMM 민영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조 장관은 "외국 기업이나 사모펀드에는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HMM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선복량은 늘었으나 과거 한진해운이 가지고 있던 글로벌 해운물류 네트워크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도 HMM 매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조 장관은 HMM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시점을 오는 2025년 이후로 내다봤다. 그는 "선복량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시장에선 통매각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시장에 내다 팔고 적당한 시점에 인수의향자를 물색해 산은이 담판을 벌일 가능성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