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권설정' 구멍전세금 유용 무방비당국 주거복지 위축 우려… 대책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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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과 서민층의 실수요가 많은 정부 보증 전세대출을 악용하는 사기가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인에게 반환의무가 없는 ‘무질권 설정’이 가능하다는 틈을 파고든 것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택금융공사에서 받은 전세대출 연체 등 사고발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8월까지 발생한 전세자금대출 사고발생액(연체‧사기 등)은 300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사고발생액(3256억원)의 92%에 달했다. 

    연체나 사기 등 전세대출 사고발생액은 지난 2017년 250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8년 2621억원, 2019년 2936억원, 2020년 3061억원, 2021년 325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빈번한 사고는 제도상 맹점이 많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은 일반적으로 임대인이 은행에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는‘질권 설정’ 의무가 없어 일부 세입자들이 악용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예를 들어 정책 전세대출을 받고 등본을 은행에 제출한 이후 곧바로 다른 곳으로 재전입을 하면서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아 가로채는 방식 등이다..

    일반적인 전세대출은 질권설정을 통해 은행이 전세대금을 집주인에게 바로 입금하고 계약이 끝나면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아 자금이 악용되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반면 주택금융공사는 전세대출 사고 발생시 해당 자금을 우선 변제하게 되는데 채무자에게 회수하지 못할 경우 결국 국가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무질권 설정을 악용한 모럴헤저드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며 “세입자가 보증금을 유용하고 연락이 두절되면 연체관리 등 후속 조치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고 아쉬워 했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 중 개인회생(파산 포함)으로 넘어간 규모도 증가 추세다. 

    주금공 전세대출 사고건 중 개인회생 비율은 2017년 2.9%(267건)에서 올해 8월 기준 6.2%(378건)로 두배 넘게 뛰었다. 

    하지만 정부는 선뜻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등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위한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질권 설정은 보증과 설정과정이 번거로워 집주인이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정책 전세대출시 질권설정을 의무화할 경우 세입자가 전셋집을 구할 때 집주인과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 ‘주거안정이냐, 사기대출 방지냐’라는 가치가 상충하는 상황이라 질권설정 의무화 대신 전세대출시 실거주와 전입 등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등 다른 방안을 강화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