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기간, 의사-간호사 단체 ‘1시 시위’ 치열한 공방 의협 등 13개 단체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 폐기가 마땅”간호협회 “지역사회 간호 활성화… 여당도 대선공약 이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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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을 두고 의료직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각 직역단체들의 국회 앞 1인 시위가 지속된 상황에서 추후 관련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촉각이 곤두서 있다.

    17일 각 의료단체에 따르면 국감 이후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간호법 통과 또는 폐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 역시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간호법은 지난 5월 법사위 통과 후 제자리걸음이나, 21대 후반기 복지위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여 각 단체들이 각자의 논리에 부합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간호행위를 기존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의사와 간호사의 해석이 엇갈린다. 의료계는 고령화 대응을 위한 통합돌봄의 가치를 강조한 반면 간호계 지역사회 간호 돌봄 활성화를 위해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고령화 대응 핵심은 ‘통합체계’… 간호법 역효과 우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보건의료인 전체의 ‘원팀’이 중요한데, 간호사만을 위한 법 제정은 역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간호사단체에서는 간호법을 민생개혁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간호법은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법안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지난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친 송재찬 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민들은 초고령 사회를 맞아 보다 통합된 의료서비스를 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보건의료인들이 합심해서 협력체계를 구축해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연 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역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에는 간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간병의 제도화도 보이지 않는다”며 “간호법의 돌봄에는 간호사만 보이는데, 정작 국민은 의료가 주관하는 통합돌봄을 원한다”고 말했다.

    김건남 응급구조사협회 부회장도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기보다 관련 직역 간 충분한 논의의 시간을 가져, 국민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며 “간호법은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성홍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장은 “우리는 다른 직역의 업무침탈을 우려해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이고, 이를 부정하는 간호사단체의 주장이 허위”라며 “간호법 제정을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물론 간호조무사협회, 방사선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노인복지중앙회, 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요양보호사중앙회, 재가노인복지협회, 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13개 의료단체는 간호법 폐지에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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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보건복지의료연대
    ◆ 민생개혁 입법과제… 독자적 업무 등 주장은 ‘허위’ 

    13개 단체가 뭉쳐 간호법 저지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지만 간호계도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21대 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한 야당이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법사위는 국회법에 따라 즉각 간호법을 심사하라”며 “명분 없는 법안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간호법 제정 등 민생개혁을 위한 입법과제 실현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의료격차로 인해 지방에서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기에 지역사회 간호 돌봄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간호법 제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방문간호 서비스가 존재하긴 하나 법적 제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주기적인 감염병 위기와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 등 대한민국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숙련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간호계가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신 회장은 “의협를 중심으로 한 13개 단체는 여전히 간호법이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지역사회에서 독자적 간호업무를 가능케 하는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라는 등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화살은 여당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대선기간에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이 직접 간호법 제정 추진 정책협약서에 서명한 사실이 있기에 여당 역시 대선공약인 간호법 제정 약속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간호법에 힘을 실어주는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다. 지난 5월 그가 위원장일 때 간호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축조심사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회의장을 나갔지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김 의원은 최근 SBS에서 방영된 일요특선 다큐멘터리 291회 ‘돌봄과 간호, 우리의 미래를 지켜줍니다’ 편에도 나와 “법사위에서 간호법을 오래 끌지 않고 결국 처리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이처럼 간호법 통과 여부를 두고 간호계와 의사를 중심으로 한 13개 단체의 대립이 치열한 상황이다. 의료단체들은 국감 이후 벌어질 간호법 관련 쟁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칫 대규모 파업 등 문제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사회적 문제로 변할 가능성이 큰 안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