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개 공공기관 경비, 하반기 절감·내년 삭감… 14년만에 처음1%대 저리 사내대출 수술대에… 복리후생비 191억 삭감 계획공기업 옥죄며 손실 떠넘긴다 지적도… 도공 명절 통행료 1천억 손실
  • ▲ 공공기관.ⓒ연합뉴스
    ▲ 공공기관.ⓒ연합뉴스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의 하나로 비대해진 공공기관의 경상경비를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총 1조1000억원 규모로 줄이고 깎는다. 내년 삭감되는 경상경비는 올해의 3.1% 수준으로 삭감 전환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연 1%대 저리의 사내대출로 물의를 빚은 일부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는 정부 지침에 맞게 손질된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공공기관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공공기관에 손실을 떠넘기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최상대 제2차관 주재로 제14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별 혁신계획 중 예산 효율화와 복리후생에 관한 개선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먼저 예산 효율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총 1조1000억원쯤의 경상경비를 절감·삭감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 경상경비 예산 7조원 중 10.2%인 7142억원과 업무추진비 393억원 중 15.9%인 63억원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엔 경상경비 4316억원(3.1%)과 업무추진비 82억원(10.4%)을 삭감한다.

    기재부는 350개 공공기관중 300개 기관에서 올 하반기 경상경비의 10~11%(연간기준 5∼5.5%) 수준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40개 기관은 임차료 등 경직성 경비와 기관 이전비용 등 특이소요 등을 이유로 가이드라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올 하반기 업추비(-15.9%)는 지침보다 5.9%포인트(p) 초과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내년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경비를 삭감한다. 올해 기준으로 3.1% 깎아줄인다. 공공기관 경상경비는 지난 2010~2021년 0~2% 수준으로 플러스(+) 추세였다.

    발전사 등 경상경비 규모가 큰 에너지 공기업은 조경공사 최소화, 국산 자재 활용, 사택·사옥 관리비 절감 등을 추진한다. 삭감 규모는 남부발전 645억원, 중부발전 490억원, 가스공사 236억원, 한국수력원자력 100억원 등이다. 11개 에너지 공기업의 경상경비는 5조8000억원 규모로 전체 경상경비(14조원)의 41%를 차지한다.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은 회의·행사비, 인쇄비, 소모품 구매비 등을 중심으로 삭감 계획을 마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358억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241억원, 한국도로공사 90억원 등을 깎는다.

    기업은행(-644억원), 주택금융공사(-46억원) 등 금융 공공기관은 국내·외 출장비, 통신비, 전산업무비, 교육훈련비, 용역비 등에서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할 계획이다.
  • ▲ 공공기관 복리후생 혁신계획 최종 결과(항목별).ⓒ기재부
    ▲ 공공기관 복리후생 혁신계획 최종 결과(항목별).ⓒ기재부
    복리후생은 282개 기관에서 사내대출 등 15개 항목 총 715건의 과제 개선을 추진한다. 올해 말까지 357건(49.9%), 내년 상반기까지 77건(10.8%)을 완료할 방침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62개 기관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지 않고 시중보다 과도하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임직원 사내대출 96건(주택자금 64건·생활안정자금 32건)을 고치기로 했다. 공기업(36개)의 경우 사내대출 제도를 운영하지 않거나 지침을 따르고 있는 9개 기관을 제외한 27개 기관에서 모두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이 중 15개 기관은 올해 말까지 제도 개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일부 공공기관은 연 1~2%대 저리로 1억~2억원을 직원들에게 대출해 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내대출에 있어 한국은행 가계자금대출금리를 하한으로, 주택자금은 7000만원·생안자금은 2000만원까지 한도를 설정하는 등 지침을 제시했다.

    고교 학자금·경조사비·기념품비 등의 복리후생비용과 관련해선 206개 기관에서 360건의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근로복지공단 등 72개 기관은 고교 무상교육 시행에도 여전히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 왔다. 중소기업은행 등 3개 기관은 영유아 무상보육 시행에도 자체적으로 제도를 운영해 중복 수혜 논란이 일었다.

    기재부는 각 기관이 세운 계획을 이행하면 내년 복리후생비용이 지난해 대비 2.2%(191억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
  • ▲ 고속도로.ⓒ연합뉴스
    ▲ 고속도로.ⓒ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직·인력, 예산, 기능, 자산, 복리후생 등 5개 분야에 걸쳐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전환해 공공기관 수를 줄이면서 기관의 자율·책임경영을 유도하는 중이다. 현재 총 130개인 공기업(36개)·준정부기관(94개)중 32%인 42개가 기타 공공기관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회복을 강조한다. 빚을 줄이거나 수익을 늘리는 공공기관이 경영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도록 재무성과 배점을 현재 10점에서 20점(공기업 기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경영·재무 관리를 강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새 정부 들어서도 공공기관을 통한 포퓰리즘이 여전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도공의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시행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올 추석에 부활했다. 새 정부 들어선 면제 기간이 기존 3일에서 4일로 더 늘었다.

    문제는 정부의 생색내기로 도공이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본다는 점이다. 도공에 따르면 2017년 추석 연휴(10월3~5일)를 시작으로 2020년 설 연휴(1월24~26일)까지 도공이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에서 면제된 통행료는 총 2872억원에 달한다. 도공 부채는 지난해 기준으로 30조8734억원 규모다.

    일각에선 수십 조원의 부채를 떠안고도 복리후생비를 흥청망청 쓰는 도공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포퓰리즘 정책으로 공기업에 손실을 떠넘기는 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