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1056.9兆 '눈덩이'…IMF "빚속도 35개 선진국 중 5위"한총리 "이런 부채, 국제적 용인 안돼… 포퓰리즘 함정 빠지지 말아야"이총재 "재정정책이 통화정책 효과 상쇄하면 안돼… 나랏빚 줄여야"민주당 "英 감세철회 교훈 삼아야" vs 추경호 "우리는 시장 우려 없어"
  • 국가채무.ⓒ연합뉴스
    ▲ 국가채무.ⓒ연합뉴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민 1인당 나랏빚이 2000만원을 넘어섰다. 빚 증가 속도는 심각하다. 선진국 중 상위권이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라 '빚 다이어트'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18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이날 오후 12시 현재 나랏빚은 1056조9388억원을 넘어섰다. 이를 추계인구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나랏빚은 2048만원 수준이다. 직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280만원에서 5년 만에 768만원이나 불었다.

    문제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각종 복지수요가 늘고 경제는 저성장하면서 빚을 줄여나가는 게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2일 내놓은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5년 뒤인 2027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7.7%로 불어난다. 올해 말 54.1%와 견줘 3.6%포인트(p) 상승한다.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은 선진국 35개국 평균(올해 기준 77.1%)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빚 증가 속도를 따져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5년 뒤 부채비율 증가 속도를 보면 한국은 미국(12.8%p), 벨기에(11.2%p), 핀란드(8.4%p), 프랑스(6.7%p)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1위(15.4%p)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증가 속도가 둔화했으나 여전히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IMF 설명으로는 선진국 그룹 중 2027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포함 12개국뿐이다. 나머지 23개국(66%)은 채무비율이 줄어들 예정이다. 선진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던 나랏빚을 앞다퉈 줄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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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무.ⓒ연합뉴스
    나랏빚이 줄기는커녕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정부 내에서 잇달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경계하고 빚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칠레·우루과이·아르헨티나 3국 순방을 마친 16일(현지시각) '귀국 후 가장 먼저 챙길 현안이 무엇이냐'는 동행 취재단의 질문에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정상화를 꼽았다. 한 총리는 "이런 부채를 가지고 있으면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면서 "한국은 포퓰리즘을 억제하면서 국정을 해온 나라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땐 국가부채비율이 20%도 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마개가 열린 것이다. 굉장히 심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나랏빚 규모는 1068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17년 660조원에서 5년 새 61.9%나 급증했다.

    한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으나 재정안정성, 대외안정성, 북한 위협을 신용등급 하락요인으로 지적했다"면서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안 하면 바로 넘어진다.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금융, 재정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사회적 약자가 받을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다만) 포퓰리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나랏빚을 줄이는 재정정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동행한 기자단과 만나 통화정책 관련 질문을 받고서 물가를 잡기 위해 당분간 경기 둔화를 용인하고라도 통화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상쇄하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 그래서 (취약계층을) 타깃 해서 가야 한다는 게 컨센서스(의견일치)"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같이 가는지 아닌지는 감세 여부보다는 부채 감축 여부를 봐야 한다. 부채는 지금 줄이는 쪽으로 가는 게 거시정책적 컨센서스"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빚을 줄이는 정책은 국제적으로 잘 받아들여지고 있고 한국의 신뢰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영국의 감세 철회를 교훈 삼아 윤석열 정부도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러스의 감세정책은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안이 빠진 '반쪽짜리' 감세정책이어서 직접 비교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영국이 소득세 감세를 철회했다. (우리나라가) 영국과 같은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하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이에 이 총재는 "영국은 세금 감소 효과가 나기 전 정부 재정 적자가 늘어나 긴축통화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감세정책' 관련 질문에 "철회 의사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추 부총리는 "영국과 달리 (우리는) 세제개편안을 냈을 때 시장이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의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 (영국에)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