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9월 7일 이후 지속 우하향 추세대우조선해양 인수 부담 반영된 영향글로벌 방산 톱 10수준맞는 부양책 필요
  •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룹 내 위상이 커지고 호실적 전망까지 쏟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주춤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이 적극적인 주가 부양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6만1700원에 장을 시작했다. 전날 시작가 6만1000원과 비교하면 소폭 오른 수치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지난달 초를 기점으로 우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9월 7일 장중 8만68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던 주가는 지속 하락하며 지난 13일 5만2600원까지 내려갔다. 한 달여 만에 39.4%나 빠진 셈이다. 이후 주가는 소폭 올랐지만 5만원 후반대와 6만원 초반대를 횡보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배구조 개편과 방산호황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되며 약세장에서도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지난 7월 29일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키우겠다며 방위산업 계열사 재편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한화에서 물적분할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10위 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디펜스가 폴란드와 3조2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공급계약을 맺는 등 수출 실적을 쌓음에 따라 실적 개선 기대감도 반영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6712억원, 영업이익 1129억원을 달성, 직전 분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민항기 시장 회복으로 항공엔진 부문 물량이 늘고 한화디펜스의 수출이 본격화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낼 것이란 관측이다. 

    그럼에도 주가는 좀처럼 상승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한 재무 부담과 방산업 집중 효과가 희석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표한 지난달 2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대비 10.8% 빠진 6만6100원에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진행중 이다. 앞으로 최대 6주간 상세 실사작업을 벌인 후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음 달 한화디펜스 합병과 대우조선해양 인수까지 마무리해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몇 년째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재무건전성 또한 악화돼 있다. 상반기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676%고, 단기차입금만 1조4200억원이 넘는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의 상선부분도 함께 인수함에 따라 방산 집중 효과가 오히려 희석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표 당시 레포트를 통해 “방산 부문 시너지가 예상되지만, 방산 전문 업체로서 정체석 희석과 상선 부문 실적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상선 부문을 포함한 통합 인수에 따라 비 방산 부문 연결 매출 확대가 불가피하고 순수 방산 업체로서 매력도가 희석된다는 설명이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우조선해양의 민수사업을 포함한 전체 인수를 밝히며 방산사업 집중화 기대가 줄어들었다”면서 “장기적으로 민수 조선사업은 한화그룹의 에너지 밸류체인과의 시너지가 기대되지만 단기적으로 방산사업과 조선사업의 밸류에이션 차이가 희석요인”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이 의구심을 지울 수 있는 강력한 주가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9월 1일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30년까지 따라잡겠다 목표로 삼은 글로벌 방산 10위 기업은 미국의 L3 해리스 테크놀로지다. 지난해 매출 규모 149억24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한화 매출 47억8700만달러의 3배가 넘는다. 

    주가와 시가총액의 차이는 더 크다. 전날 종가 기준 L3 해리스 테크놀로지 주가는 주당 35만원, 시총 67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견주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년간 주가를 약 6배 가량 띄워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재 기준 적정 주가를 9만원 초반대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선제 반영되는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그룹 방산사업을 책임지게 되는 김동관 부회장이 기업 위상과 규모에 맞는 주가 부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