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한달 새 8.8조 급증대기업 비중 66%… 뭉칫돈 융통높아진 가계대출 문턱… 컷오프 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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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채권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면서 은행권 기업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개점 휴업’ 상태다. 

    최근 수년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하며 자산성장을 일궈온 은행들은 경기침체 등 변동성이 커진 뉴노멀 시대에 리스크‧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7일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703조7512억원으로 9월 말(694조8990억원)보다 8조8522억원 늘었다.

    지난해 9월(23조9264억원) 이후 1년 1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같은 기간 5조8592억원 늘어난 106조3415억원을 기록해 전체 증가액(8조8522억원)의 66%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에서 불어난 기업 대출만 67조8633억원으로, 연말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 전체 증가폭(60조2596억원)을 뛰어넘었다.

    이같은 기업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채권발행 대신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대율 등 유동성 규제 기준을 낮춰주고, 한은도 대출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를 인정하는 등 기업대출 확대를 거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둔화,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빚 상환 능력이 약해져 한계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이처럼 기업대출 활성화에 동원된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일부 빗장을 열었지만 가계대출은 대출문턱을 높이거나 아예 대출문을 걸어 잠궜다. 

    기준금리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최근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자 담보대출을 축소하는 등 리스크 대응에 나선 것이다.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등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최고 금리도 나란히 7%를 넘어섰다.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저신용자일수록 제도권 금융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컷오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들은 경고등을 켜고 기존 대출의 연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보물과 대출자의 신용도 변동 등을 점검해 대출자산의 부실화를 선제적으로 막고 충당금을 추가로 쌓는 등 손실흡수 능력 확대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