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율 72.7%서 69.0%…마포래미안푸르지오 50만원 경감공시가 역전현상 가속화…종부세 고지인원 122만명, 역대최다
  • ▲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22일 개최된'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현실화율 하향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22일 개최된'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현실화율 하향 조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키로 하면서 1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당초 정부는 불투명한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내년도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추월하는 '역전현상'이 심화하고 조세저항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책 수정에 나선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22일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내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내년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조세재정연구원 제안보다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가격대별 평균 현실화율은 기존안의 72.7%에서 69.0%에 감소하게 된다. 

    가격대별로 보면 9억원 미만은 기존안의 72.7%에서 69.04%, 9억~15억원은 78.1%에서 69.2%, 15억원 이상은 84.1%에서 75.3%로 낮아진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의 시뮬레이션 결과 시세 17억원 안팎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보유세는 499만원에서 447만원, 시세 15억원인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 전용 84㎡는 357만원에서 310만원으로 각각 줄어들게 된다.

    앞선 지난 4일 국토부는 1차 공청회를 통해 당초 72.7%로 계획돼 있었던 내년 현실화율을 올해(71.5%)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공청회 이후 거래가격이 공시가보다 떨어지는 역전현상이 빈번해지는 등 시장상황이 급변했다.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거래절벽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추월한 것이다. 

    예컨대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는 지난달 29일 19억850만원에 실거래됐다. 올해 기준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19억37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공시가보다 3000만원가량 낮았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최근 공시가격인 19억8500만원보다 낮은 19억8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결과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대비 1.95% 떨어지면서 8월(-1.89%)보다 낙폭이 커졌다.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하락률은 -7.14%로 동기간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2006년 실거래가 지수 조사이래 연간 수치와 비교해도 가장 큰폭의 하락이다. 수도권도 9월 2.88% 떨어지며 1∼9월 누적하락률은 10.46%에 달했다. 

    같은기간 서울은 1.95% 떨어지며 전월(-2.64%)보다 하락폭은 둔화했지만 올해 누적하락률은 -8.63%로 역대 같은 기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하락률도 직전 최대인 2008년의 -10.21%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인원이 122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조세저항 우려가 커진 것도 정부가 동결에서 하향으로 방향을 튼 원인으로 꼽힌다. 

    종부세 과세인원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33만2000명에서 올해 122만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택 보유자 대비 과세인원 비중은 2.4%에서 8.1%로 3배 이상 뛰었다.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도 크게 늘었다. 올해 1주택자 고지 인원은 23만명으로 2017년(3만6000명)보다 19만4000명(542%), 고지세액은 2498억원으로 5년 전보다 2347억원(1554%)이나 뛰었다.

    시장에서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향하는 추세인데 종부세 대상과 세액은 크게 늘고 다주택자는 물론 실거주자까지 과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조세저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단계적으로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현실화 계획을 발표할 당시 공시가는 공동주택 기준 시세 평균의 69%였다.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현실화 로드맵 적용 효과가 나타나면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21년 19.1%, 작년 17.2%가 각각 뛰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이 역대 최대치로 증가한 것은 공시가격 상승이 원인이다.

    이에 원 장관은 최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대국민 약속은 최소한 2020년 수준으로 세금과 국민 부담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시가에 대해선 앞서 조세재정연구원이 공청회에서 제안한 동결 정도로는 부족해 현실화율을 더 낮추는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선종 교수는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나타나는 역전현상이 가격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토지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올해 현실화율 수준으로 단순동결하는 대안은 균형성이 개선되지 않으므로 공시제도의 수용성 회복을 위해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하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