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침체잠재성장률 밑돌아물가 전망은 3.6%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정상윤 사진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정상윤 사진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전망보다 0.4%p 하향 조정한 수치이며 잠재성장률 2.0%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4일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 2.6%에 부합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 2.1%를 상당폭 하회하는 1.7%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이 감소로 전환되는 등 성장세 둔화가 이어졌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 1%대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5.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사태(-0.7%) 등 마이너스 성장 혹은 0%대 성장률은 경험한 바 있지만, 침체도 성장도 아닌 애매한 성장폭은 경기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성장률 하향조정 요인을 구분해보면 대부분 글로벌 경기 둔화폭 확대와 같은 대외요인에 기인하고 있다"고 전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통위는 "취업자수 증가폭이 둔화됐지만,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는 등 양호한 상황이 지속됐다"면서도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불구 전기·가스요금, 가공식품 상승폭 확대 등으로 10월 5.7%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에도 고용은 견조했고, 물가상승세를 그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도 "경기 둔화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도 물가전망치 하향 조정폭이 크지 않다"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점차 반영되면서 수요압력 약화를 상당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전망치 5.2%를 소폭 하회하는 5.1%로 전망됐다. 내년 전망치도 3.7%에서 3.6%로 하향조정됐다. "경기 둔화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5% 수준의 높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금통위 전망이다. 다만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 총재는 "당분간 통화정책 운용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최종금리 수준과 도달 시점과 관련해서는 정책 여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금통위원들 간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