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즉각 반응 기류 사라져 김주현 "자금확보 경쟁, 시장교란 요인"시간차 불가피… 상품제한도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린 3.25%로 결정했으나 시중은행은 예금, 적금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달 한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기 앞서 미리 금리를 인상하는 등 앞다퉈 금리를 높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이 각 은행들에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 달라는 경고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5일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역(逆)머니무브'가 금융시장 안정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은행들은 곧장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 결과 이달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5%를 돌파했다.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 인상은 지난 7월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급물살을 탔다. 

    금융당국이 발빠른 대출금리 인상을 경계하면서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에 적극 나서왔다. 빠른 수신 금리인상은 시중 유동성 흡수로 연결됐고 결과적으로 채권 금리 상승, 2금융권 자금난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시중은행이 매월 30~40조원의 자금을 흡수하는 데 반해 저축은행 수신 증가폭은 갈수록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잔액은 116조5354억원으로 전달 대비 증가율이 0.6%에 그쳤는데 지난 6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조달 환경 악화도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이나 예·적금 등 수신으로 자금을 마련하는데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함에 따라 수신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번 한은의 기준 금리인상에 은행들의 움직임은 조심스럽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직후 금리 인상 분을 수신금리에 발빠르게 반영했지만 이번에는 예금금리를 바로 인상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우선 다른 은행들이 언제, 얼마나 올릴지 지켜본 뒤 일부 상품만 올릴지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에 발맞춰 수신금리를 올려왔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 단행이 예산되자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이보다 먼저 수신금리를 올렸다. 또 기준금리 인상 일주일 내에 5대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이 모두 예적금 금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