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서 조단위 자금 조달…신동빈 회장도 사재 출연'장수 CEO' 하석주 대표 사의…계열 신용 전망까지 '하향'
  • ▲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160614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160614 ⓒ연합뉴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롯데건설이 그룹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받고 있다. 신동빈 그룹 회장은 사재까지 출연했다. 긴급수혈을 해준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달 18일부터 최근까지 그룹 주요 계열사와 금융사 등에서 총 1조4500억원을 수혈받았다.

    롯데건설은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으로부터 2000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원(10월21일) △롯데정밀화학에서 3000억원 △롯데홈쇼핑에서 1000억원(11월10일)을 각각 빌렸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도 3500억원을 차입(11월18일)했는데 롯데물산이 자금 보충 약정을 맺었다. 롯데건설이 돈을 갚지 못하면 롯데물산에서 부족한 자금을 보충해줘야 한다.

    유증도 단행됐다. 롯데건설은 18일 보통주 148만5450주 유증을 통해 운영자금 1782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2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사재 11억여원을 투입해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신 회장은 롯데건설 주주인 롯데케미칼, 호텔롯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직접 자금을 투입한 것은 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건설이 공시한 유증 시행에 따른 최대주주 등의 주식보유 변동 현황을 보면 신 회장은 이달 19일 롯데건설 보통주 9772주를 11억7254만원에 취득했다.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건설 주식은 18만8660주에서 19만8432주로 늘어났다. 지분은 0.59%로 같다.

    롯데 계열사도 이번 유증에 참여해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 공세를 펼쳤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보통주 72만9874주를 875억7758만원에 사들였고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보통주 71만7859주를 861억3590만원에 취득했다. 롯데홀딩스도 보통주 2만7894주를 33억4700만원에 샀다.

    이렇게 그룹 전체가 롯데건설 지원에 나선 것은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에서 부동산 PF대출 만기 연장과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차입을 통해 마련한 자금과 자체 보유한 현금성 자산 등으로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에 대응할 방침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도 유동성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는 반려됐지만 하석주 사장이 재차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사장은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업계 장수 CEO로 꼽힌다.

    하 사장은 2017년 3월 롯데건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2018년 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두 번의 임원인사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임기 만료까지 4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롯데건설은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내정했다.

    박현철 사장은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롯데쇼핑 운영 담당 전부, 롯데물산 사업 총괄본부장(전무), 롯데물산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9년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부사장)으로 옮겨 다음 해 사장에 올랐다.

    한편 그룹 계열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차가워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6일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롯데렌탈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선 10일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민유성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에서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자금 소요가 많이 확대됐는데 롯데지주에서 유증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이로인해 롯데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증가하는 등 자체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건설에 6000억원가량을 지원한 롯데케미칼은 이후 총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유증으로 확보한 금액중 5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인수대금 1조7000억원은 외부에서 조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