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해진공 보유 지분 가치 4조원 이상현대차·포스코·CJ 등 인수 후보로 거론2.7兆 규모 영구채 조기상환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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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의 HMM 지분 매각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등이 인수후보자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의 영구채를 포함한 HMM 지분 가치가 10조원에 달하는 만큼 새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HMM 매각 가능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고, 잠재 매수자들을 상대로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산은은 당초 HMM 민영화를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었지만, 해운업황이 더 나빠지기 전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결정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HMM 주가도 조기 매각 기대감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30일 오후 3시15분 현재 HMM 주가는 전일보다 0.92%(200원) 오른 2만2050원에 거래 중이다. 이달 들어 15.4%(2950원), 산은의 매각 검토 소식 이후 7.3%(1500원) 각각 오른 수치다.

    HMM 인수 후보로 현대차그룹과 LX그룹, CJ그룹, 포스코그룹, SM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한 시장 상황을 파악했다”면서도 “특정 기업과의 논의는 없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HMM의 경영 성과가 최고조인 현재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1~3분기 HMM의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늘어난 15조589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도 868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0조3123억원에 달한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인수 후보군에 포함된 기업들은 HMM 지분 매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전날 HMM의 종가 2만1850원 기준 산은의 지분 가치는 2조2112억원,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조1324억원 등 총 4조3436억원 규모다.

    여기에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가 2조6798억원에 이르는 점이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영구채 전량을 전환가액인 5000원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현재 유통주식수보다 많은 5억3578만주가 시장에 쏟아진다. 이들 기관의 HMM 지분율도 71.68%까지 확대돼 인수자 부담도 급증하게 된다.

    실제 산은과 해진공은 과거 전환가액 5000원보다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이라며 주식전환청구권을 적극 행사해왔다. 2021년 6월 산은은 3000억원, 같은 해 10월 해진공은 6000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조원의 평가이익을 실현했다.

    특히 해진공은 HMM이 CB의 조기상환을 요청했음에도, 조기상환청구권보다 주식전환청구권이 우선한다는 점을 들어 주식 전환을 강행했다. 2021년 5월 5만원을 웃돌았던 HMM 주가도 이후 하락세를 이어와 현재 2만원 수준에 그쳐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의 주식 전환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영구채의 스텝업(Step-Up, 금리 인상 조정)이 순차적으로 도래함에 따라 HMM이 영구채 조기상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HMM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조기 매각을 위해 HMM의 영구채 조기상환 청구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HMM은 이후 경영악화로 2016년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으며 현대그룹을 떠나 산업은행 아래에 들어갔다. 현재 산은이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 주주며, 해진공(19.96%)과 신용보증기금(5.02%)도 주요 주주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