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감소해 온 경차 수요 부활 조짐선택지 사실상 캐스퍼·레이·모닝 뿐 스파크는 단종 초읽기,수입차도 없어
  • 국내 경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기아의 경차 모닝 ⓒ기아
    ▲ 국내 경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기아의 경차 모닝 ⓒ기아
    수년간 외면 받아온 국내 경형 자동차(경차)시장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경차 선택지는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산 경차의 내수 판매량은 10만8807대로 10만대를 돌파했다. 

    11월에도 경차의 인기가 이어졌다. 각사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11월 한 달 현대자동차 캐스퍼는 5573대 판매고를 올리며 출시 이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 모닝·레이도 각각 3356대, 4098대 팔리며 올해 두 번째로 많은 월 판매량을 보였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경차 판매량은 13만여대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 년간 경차의 수요는 지속해서 감소해왔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4년 18만6430대를 기록한 이후 2021년까지 8년 동안 한 번도 증가한 적이 없었다. 2020년에는 9만7343대, 2021년에는 9만5603대를 기록하며 10만대 밑으로 수요가 떨어졌다. 업계에서 올해 경차 수요의 반등세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차 구매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경기 둔화로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점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 수요는 전통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받아왔다”며 “지금 차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현대차의 캐스퍼, 기아의 모닝·레이, 쉐보레 스파크로 4종 정도다. 이마저도 스파크의 내년 단종이 예고되면서 사실상 선택지는 현대차그룹의 경차로 제한될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최근 스파크 생산을 중단하고 잔여 물량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경차도 메말랐다. 경차 혜택 등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차 규격인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0m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외산 경차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수입차 브랜드로서는 경형 세그먼트를 들여오더라도 각종 세제 혜택이나 통행료 할인 등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는 밖 없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관계자는 “회원사 중 국내 경차 규격에 맞는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차의 낮은 수익성도 선택지 부재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의 경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일본 등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SUV 등 대형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제조사들 입장에서도 SUV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차종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반적으로 경차를 만들지 않는 추세다”라며 “원자잿값도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차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경차 수요가 반등하고 있지만,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일 뿐 아니라 경기가 다시 회복할 때의 시장 반응 등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