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삼겹살에 소주 마셔… 입점 비율 확대 중K-컬쳐에 열광하면서 소주로 한국 문화 소비… 프리미엄 주류로"소주 제품이 베트남에서 대중술 되는 것이 목표"
  • 조성균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장.ⓒ강필성 기자
    ▲ 조성균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장.ⓒ강필성 기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 테이블에는 익숙한 녹색병 ‘참이슬’이 놓여있다. 이 소주는 이내 전용 소주잔에 담겨 시원하게 입속으로 털어진다.

    흔히 볼 수 있는 국내 식당의 모습이 아니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있는 하이트진로와 협업 중인 고기집 ‘진로 BBQ’에서 현지인들이 소주를 즐기는 모습이다. 하노이 시내 총 3개의 점포가 있다는 ‘진로 BBQ’는 방문객 90% 이상이 모두 베트남 현지인이다. 

    고기에는 소주를 한잔 기울여야하는 국내의 소주 문화가 베트남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 대표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의 현지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조성균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장을 직접 만나봤다. 

    조성균 법인장은 “과거 베트남 한인식당이나 대형마트에만 입점됐던 소주 제품들이 최근에는 편의점, 리쿼샵(주류전문점)에 이어 식당과 잡화점에 입점되기 시작했다”며 “베트남 5개 특별시와 58개 성에서 모두 우리 제품을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베트남 하노이에 영업 중인 진로 BBQ 모습.ⓒ강필성 기자
    ▲ 베트남 하노이에 영업 중인 진로 BBQ 모습.ⓒ강필성 기자
    베트남에서 소주의 위상은 국내의 저렴하고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상품과는 크게 다르다. 수입주류가 상당한 관세를 짊어져야하는 탓에 식당에서 구매할 경우 한병에 약 8만동(약 4000원) 가량을 부담해야한다. 이는 현지에서 판매되는 맥주 가격 2만~3만동(1000~1500원) 보다 두 배 이상 비싸고 증류주 보드카보다도 고가다. 

    그렇다보니 베트남에서 소주의 가격대와 이미지는 양주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주류다. 일상적으로 소비하기 보다는 기념하기 위한 파티, SNS를 위한 이미지로도 많이 소비된다.

    실제 소주의 인기는 심상치 않다. 대부분의 주류 영업점에는 모두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이 들어가 있고 하노이의 대표 번화가인 맥주거리에서는 절반 이상의 가게에서 소주를 판매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 ‘참이슬’, ‘진로’를 소주 제품을 비롯해 ‘자몽에 이슬’, ‘청포도에 이슬’, ‘자두에 이슬’, ‘딸기에 이슬’, ‘복숭아에 이슬’ 등의 과일 소주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 일부는 국내 출시되지 않은 베트남 시장을 위한 제품이지만 모든 브랜드가 한글로 써진 것이 특징. 

    조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소주 자체가 한국 문화의 시그니처가 됐다”며 “K-팝, K-드라마에 열광하며 한국을 동경하는 소비자들이 소주를 통해 문화를 소비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소주에 대한 생각이 ‘녹색병’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진로’와 ‘참이슬’에 대한 브랜드의 이해도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조 법인장의 판단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 소주류 제품이 베트남 스피릿(도수가 높은 주류) 시장에서 기존 1위 사업자인 하노이보드카를 재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엔데믹’을 맞아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주류에 대해서는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데,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은 지난 9월부터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소주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공식적으로 개시했다.

    올해 하이트진로 베트남 시장의 매출 성장세는 전년 대비 약 55%에 달한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베트남 진출 이후 사상 최대 매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조 법인장은 “베트남 시장에서도 과일 소주에 대한 수요가 2015년부터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베트남 시장의 스피릿 시장에서는 브랜드화 되지 않은 신뢰성 낮은 저급 주류가 많아 소주의 기회와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자신했다.

    하이트진로가 베트남에서 항상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는 고강도 봉쇄에 따른 유흥시장의 영업제한, 주류 출고 금지 등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핵심 지역인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약 반년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정부 지침만 바라보는 상황이 이어진 것. 이번 엔데믹의 의미가 각별한 이유다.

    조 법인장은 “베트남은 10년을 주기로 국민 소득이 두 배씩 올라가는 나라”라며 “이 추세대로 성장할 때 프리미엄 주류 시장을 소주가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우리 소주 제품이 베트남에서 대중술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주류의 대표 브랜드, 소주의 대표 아이콘으로 베트남에 소주를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