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내년 정기인사에 주요 대표이사 ‘유임’위기감 높아지면서 새로운 인사 보단 기존 체제 강화내년 경기 불확실성이 향후 인사 분위기 좌우할 듯
  •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사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사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최근 유통업계의 정기임원 인사를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주요 유통그룹이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가 자리를 보존하면서 변화 보다는 ‘역량 강화’에 방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내년 경영환경을 낙관하기 힘든 만큼 급격한 변화를 선호하기 보다는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덧붙여진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주요 유통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이번 정기인사는 그 시기를 대폭 앞당겼던 지난해와 달리 시기가 늦춰지거나 지연된 것이 특징. 주요 계열사의 수장이 대부분 유임에 성공한 것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지주회사의 수장 교체 및 호텔군HQ의 세대 교체 등 굵직한 조정이 이뤄졌지만 상대적으로 유통군HQ의 변화는 소폭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및 사업부 대표가 대부분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가 롯데 호텔군 HQ군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슈퍼 대표를 겸임한 것을 제외하면 롯데하이마트 정도가 전부다. 

    앞선 10월 진행된 신세계그룹의 인사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했고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이 대부분 유임된 것. 기존 신세계라이브쇼핑의 김홍국 대표는 신세계까사의 대표로, 최문석 신세계까사의 대표는 신세계라이브쇼핑의 대표로 교대하는 인사가 이뤄진 것도 특징이다. 주력 계열사의 사장단이 대부분 기용되면서 인사 폭은 최소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예년보다 인사 시기가 대폭 미뤄진 것도 공통적이다. 두 그룹이 인사에 있어 마지막까지 신중했다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지난달 10일 진행된 현대백화점그룹의 정기임원 인사도 전계열사 대표이사가 모두 유임된 바 있다. 승진 인사 규모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졌다.

    유통업계 빅3의 이런 분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후로 이뤄진 대규모 대표이사 교체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내년의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많다. 각사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급진적인 인사 변화보다는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의 ‘성과 주의’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기 무섭게 물가 상승과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침체 우려가 커지는 중”이라며 “새로운 인사 발탁에 따른 전략적 변화를 추진하기엔 내년 불확실성이 크다고 오너가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올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 분위기는 얼어붙는 중이다. 고환율과 물가상승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는 당분간 소비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심리가 매출에 반영되는 최전선인 유통업계로서는 내년 사업을 두고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 유통업계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내년 사업 실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꾸준히 회복해왔던 유통업계 실적이 내년에도 우상향을 그릴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내년 성과에 따라 정기인사에서 최근과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 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