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 어려워… 인상 불가피금융당국 "건전성 관리할 것"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기준금리 변동에 반응하지 않던 여신전문금융사의 신용대출 금리가 올해 처음 평균 15%를 넘었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탓에 최근 한두 달간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가 25일 집계한 카드·캐피털사 20곳의 11월 말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15.65%로, 11월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14.91%)보다 0.74%p 올랐다.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0월(14.91%)에도 전월 대비 0.52%p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10∼11월 두 달 새 평균 금리 상승 폭은 1.26%p에 달한다.

    그동안 여전사 신용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여전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7월(13.96%)까지도 13%대를 유지하면서 기준금리가 0.50%에 머물렀던 작년 8월(13.48%)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일부 여전사는 올해 들어 대출금리 수준을 낮추기도 했다.

    조달금리가 상승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과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을 놓고 경쟁하면서 대출금리 인상보다는 마진 축소로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증시 부진과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도 13%대 대출 금리를 유지하며 버티던 주요 여전사들은 지난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백기'를 들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신용평점(이하 KCB 기준) 601∼700점 고객의 신용대출 금리를 9월 14.65%에서 11월 18.25%로 불과 두 달간 3.60%포인트나 올렸다. 701∼800점도 같은 기간 13.26%에서 16.49%로 3.23%p를 인상했다.

    캐피털 1위인 현대캐피탈도 801∼900점 고객의 대출금리를 10월 14.71%에서 11월 16.14%로, 900점 초과 고신용자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12.41%에서 14.60%로 각각 1.43%p, 2.19%p를 올렸다.

    업계에서는 자금시장 경색 심화로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대형사들마저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상품의 '디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디마케팅이란 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은 고객 예금을 받아 대출을 판매하지만, 여전사들은 채권이나 기업어음을 발행해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높은 금리를 주고도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웠다"며 "다수 여전사가 금리를 높여 대출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니 카드사의 경우 여유 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도록 얘기하고 있다"며 "건전성 지표가 아직 크게 악화하진 않았지만, 회사에 따라서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선제적으로 건전성 감독 강화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