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눈덩이' GDP 절반…민주당 일각 "상반기 추경 불가피"秋 "성장률 낮다고 추경 안 해"… 올해 이미 59.4兆 역대급 추경 편성재정준칙, 국회서 낮잠·연내 도입 무산… "내년 임시국회서 법제화"
  • ▲ 재정.ⓒ연합뉴스
    ▲ 재정.ⓒ연합뉴스
    내년 나랏빚 규모가 1134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야당 일각에서 벌써 추가경정예산(추경) 군불을 지피고 나섰다. 정부는 일단 선을 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 이미 '추경 중독' 지적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23% 수준에 이르는 추경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건전재정을 위한 재정준칙은 국회서 낮잠을 자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은 638조7000억원이다. 재정당국이 밝힌 내년 나랏빚 규모는 1134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보다 70조원이 증가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은 수정된 경제전망을 반영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로 절반을 넘게 된다. 나랏빚은 직전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운용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퍼주기'에 골몰했던 야당 일각에서 민생을 이유로 벌써 추경 편성을 언급하며 군불때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알려진 바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으로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간사를 맡은 홍성국 의원은 최근 언론에 "내년 상반기 경기가 어려워질텐데 취약계층은 매우 힘든 기간이 될 것"이라며 "시장에 자금을 투입해 서민에게 직접 지원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추경의 완충작용 역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여러차례 얘기했다"고 밝혔다.

    같은당 이용우 의원도 "내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내년 예산은 서민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할수 없다"며 "내년초 추경편성이 불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추경과정에서 여당에 책임을 묻고 민생예산을 확보하겠다"고 거들었다.

    정부가 전망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6%다. 올해(2.5%)보다 0.9%포인트(p) 낮춰잡았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우리경제가 세계경기 둔화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재정당국은 일단 새해 추경 편성에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편성 관련 질문을 받고 "내년 대단히 큰 재해나 외부의 경제적 충격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정부가 예측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기 흐름을 보인다면 현재로선 전혀 생각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자꾸 빚내서 약간의 경기를 진작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나랏빚이 늘었다"며 "추경은 전쟁, 대규모 실업, 경기침체 등 정말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고려할 요소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진다고 추경을 검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 정부처럼 추경을 손쉽게 생각하는 정부도 아니고 저도 (부총리로서) 그런 추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경기상황은 변할수 있기에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 상황이 생기면 (추경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경을 남발하진 않겠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추경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당도 추경 편성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나온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내년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수정안을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야당이 가위질해 부족한 예산은 사회간접자본(SOC) 불용액이나 내년초 추경을 통해 충당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 ▲ 역대 추경 규모.ⓒ연합뉴스
    ▲ 역대 추경 규모.ⓒ연합뉴스
    그런데도 재정당국이 추경 편성에 거리를 두는 이유는 우선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비판하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기치로 내세워 출범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몽니에도 내년 지출예산 삭감 규모가 3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도 한몫한다. 추경을 짜서 긴급 수혈할 정도로 가위질당하진 않았다는 판단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 들어 이미 적잖은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는 것도 무시 못할 이유다.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출범 직후 2022년도 2차 추경안을 편성, 집행했다. 추경 규모는 36조4000억원으로 이전까지 역대 최대였던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지방교부세 등 법에서 정한 지방재정 보강(23조원·초과세수의 40%)까지 포함하면 총 59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재정 중독' 논란에 휩싸였던 문재인 정부 5년간 총 추경 편성 규모 154조1000억원의 38.5%에 해당한다. 법정지출분을 빼고 보더라도 23.6%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일자리 확대를 이유로 11조원의 추경을 짠 것과 비교하면 출범 첫해 추경 규모는 윤석열 정부가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불확실한 경기 흐름과 총선 등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포퓰리즘이 불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추경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건전재정을 담보할 재정준칙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기재위 소위원회 단계의 논의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연내 법제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화된 재정준칙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각종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GDP의 마이너스(-) 3.0% 이내에서 적자를 관리한다는 원칙이다.

    추 부총리는 재정준칙 법제화와 관련해 "(연내 처리가 무산돼) 유감스럽다"며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임시국회가 예정돼있으므로 야당과 국회의 협조를 얻어낼 생각이다. 재정준칙은 법인세 등과 달리 야당에서 무조건 반대하는 기류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 2023년 재정 운용 모습(단위: 조원, %).ⓒ기재부
    ▲ 2023년 재정 운용 모습(단위: 조원, %).ⓒ기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