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OMC 회의록 "대중 오해로 금융여건 완화되면 물가안정 어려워져"연내 '피벗' 낙관론에 찬물… '매파' 카시카리 "상반기에 5.4%로 올려야"제조업 PMI, 두달째 하락 '경기위축'… 11월 구인 1046만건 '과열' 여전한은, 13일 금통위서 금리 올릴 듯… 고물가 지속·한미 금리차도 부담
  • ▲ 미 연준.ⓒ연합뉴스
    ▲ 미 연준.ⓒ연합뉴스
    미국의 노동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하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임금발(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장기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는 여전히 강경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조절하되 추가 인상은 해야 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올 상반기 중 1.0%포인트(p)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상반기 정책금리 도달 수준이 5.4%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 연내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

    4일(현지시각)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위원회 대응(금리인상 속도 완화)에 대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19명의 FOMC 위원 중 올해 금리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1명도 없었다.

    시장에선 늦어도 올 4분기에는 연준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르면 1분기 안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출 거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하지만 12월 FOMC 회의록은 이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의사록은 "회의 참석자들은 앞으로 경제 지표들을 보고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지속해서 내려간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제약적인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연준 내 매파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온라인에 올린 글을 통해 '올 상반기 기준금리가 5.4% 수준으로 오를 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으로 4.50%다. 5.4%는 현재보다 거의 1.0%p를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연준이 지난달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을 점으로 찍어낸 자료)에서 올해 말 정책금리 수준을 5.25%로 예상한 수준을 넘어선다.

    카시카리 총재는 한 발 더 나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으나 확신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물가상승 목표치인 2%를 달성할 때까지는 기준금리를 5.4%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 단계적 인하에도 거리를 둔 것이다.
  • ▲ 미국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내걸린 채용 광고문.ⓒ연합뉴스
    ▲ 미국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내걸린 채용 광고문.ⓒ연합뉴스
    ◇여전히 뜨거운 美 노동시장 어쩌나

    지난해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미국 내 경기후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이날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4를 기록했다. 제조업 PMI는 설문을 통해 업계 구매 관계자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일종의 선행지표다. 제조업은 구매 담당자의 경기 전망에 따라 원자재 등의 구매량이 달라진다. 경기가 좋아질 거로 예상하면 구매량을 늘리고, 그 반대라면 구매량을 줄이거나 동결한다.

    12월 PMI는 시장의 전망(48.5)보다 약간 낮다. 두달째 하락세다. PMI 지수가 50을 밑돌면 통상 경기가 위축하고 있다고 본다. 연준발 긴축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지난 2일 WSJ은 대형금융사 포함 23개 프라이머리 딜러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0%에 해당하는 16개사가 올해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이다. 4일 나온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지난해 11월 현재 미국 내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046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000만건)를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내 구인건수는 지난해 봄 1190만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1000만건을 넘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통계는 자발적 퇴직자 수가 전달보다 12만6000명 늘어난 417만명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18개월 연속 400만명을 웃돌아 역대 최장기 기록을 경신 중이다. 자발적 퇴직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높은 급여와 혜택을 제공하는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는 노동자가 많다는 의미다.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임금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연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연준은 지난해 12월15일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때 추가 금리인상의 빌미를 제공한 게 11월 고용보고서였다. 당시 11월 신규 고용은 26만3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30% 이상 웃돌았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후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며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우리는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에 '산타 랠리'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졌고,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고용보고서는 한국시각으로 오는 6일 나올 예정이다. 고용시장이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면 연준의 긴축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

    연준의 지난해 12월 FOMC 회의록이 매파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달 13일로 예정된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또다시 오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신년사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데다 5%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고 현재 1.25%p에 달하는 한미 간 금리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