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떨어져도 대출금리 올라변동성 확대 리스크 왜 소비자만 지나역대급 영업이익에 성과급 400% '눈총'
  • 자고나면 뛰는 대출금리에 지난해 서울 월세거래가 역대 최다로 조사됐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부동산중개업소ⓒ연합뉴스
    ▲ 자고나면 뛰는 대출금리에 지난해 서울 월세거래가 역대 최다로 조사됐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부동산중개업소ⓒ연합뉴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8%대를 넘어서자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섰다. 조달금리가 다소 떨어졌음에도 대출금리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5.35~8.25%로 집계됐다. 전주대비 금리하단은 0.1%p, 상단은 0.13%p 올랐다. 오는 1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 연준(Fed)의 고강도 긴축발언이 이어지면서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 시중채권금리는 안정화되는 추세다.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한 은행채 발행 자제령이 해제됐고, 한때 5%를 넘었던 예적금 금리도 4%대로 내려앉았다. 은행의 대표적인 자금조달수단인 은행채(2년물) 금리는 한달새 4.70%에서 4.24%로 떨어졌다. 한달 전보다 더 싼 값에 자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조달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가 상승한데는 가산금리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더하는 금리로 업무원가, 연체위험률, 목표이익 등을 고려해 매긴다. 사실상 은행 마진으로 볼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들어 가산금리를 각각 0.1~0.2%p 가량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연말 안정세를 찾던 시장금리가 연준의 고강도 긴축 발언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가산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현재 5% 안팎으로 전망되는 연준의 기준금리 도달치가 상향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한은도 3.5% 이상으로 금리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6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 넘게 오르는 등 연초부터 채권시장 조짐이 심상치 않다"며 "리스크 프리미엄을 대출금리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쌓아올린 은행들이 불확실성을 내세워 이자장사에 열을 올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시장금리점검을 주단위로 강화하고 시중은행 금리산정 과정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질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수신금리도 내리고 있어 대출금리를 올릴 유인은 없어 보인다"며 "금리산정 적정성을 살펴볼 방침"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지나치게 올렸다는 지적을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정부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는 예대금리차 공시제와 함께 윤석열 정부 금융부문 대표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준금리 인상에 비해 가산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국민들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들은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예대금리 산정과 공시체계를 개선 중인데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은행들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산금리는 소비자가 산정과정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영업기밀인 마진마저 공개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조단위로 늘었고, 이를 통해 300~4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돈잔치를 벌이며 눈총을 샀다는 점에서 여론은 좋지 않다. 정치권이 은행금리를 감독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이유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예대금리차가 증가하는 경우 금융위원회가 금리산정의 합리성과 적절성을 검토해 개선 등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금리를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가산금리 산정 세부항목을 주기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게 골자다. 박 의원은 "가산금리 주요 근거자료인 리스크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목표이익율 등은 공시되지 않아 대출자들이 누락사항이나 부당한 산정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