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천489곳서 총 2천70건 불법 행위 자행피해액만 1천686억 원..."실제 피해 더 크다"현장 관계자들 "신고해봤자 보복만 더 심해져"
  • ▲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9일 한국노총, 민주노총 8개 사무실과 자택 등 총 1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뉴시스
    ▲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9일 한국노총, 민주노총 8개 사무실과 자택 등 총 1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뉴시스
    건설노조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고질적인 병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 업체들은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된 신고 조차 하지 못한 채 노조의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A건설사는 최근 4년 동안 전국 18곳의 현장에서 44명의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례비 등 명목으로 38억원을 뜯겼다. B건설사도 지난해 10월 10개 건설노조의 협박에 시달려 1천500만원이 넘는 전임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 건설사들은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 수사기관이나 관리감독 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건설사들이 신고를 꺼린다"며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실시한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 사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천489개 건설 현장에서 총 2천70건의 노조 불법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무려 1천686억원에 달한다.

    '부당금품 수취' 월례비‧전임비 강요만 1천782건 

    불법 행위 유형별로는 부당한 월례비 요구가 1천215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월례비란 기초·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하도급 건설 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주는 비공식 수고비다. 또 노조 전임비 강요도 567건으로 집계됐다. 부당 금품 수취가 전체 불법 행위의 약 86%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밖에 ▲장비 사용 강요 68건 ▲채용 강요 57건 ▲운송거부 40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329개 건설 현장이 노조의 불법 행위로 공사 지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모 건설사 관계자는 "노조가 마치 경찰처럼 공사 현장 출입구에서 게이트를 치고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 검사를 했다"며 "외부에서 볼 땐 공사가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게 별 일 아닐 수 있지만 공사가 지연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의 전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13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곳곳에서 조직되던 건설노조 수는 순식 간에 50여개까지 불어났다. 

    한 노무사는 "이들이 2017년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면서부터 세력화되기 시작했다"며 "노조는 자신들을 '특수형태근로자'라고 칭하면서 건설사들을 상대로 단체 압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사소한 위법 감추려다 불법 세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그러나 이를 막을 만한 마땅한 대책은 없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현장이 없는 상황에서 노조가 사소한 것까지 다 신고하려고 하니 사소한 위법을 감추려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꼴"이라는 게 건설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용을 절감하려다 보니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불법체류 문제가 불거진다"며 "이를 잘 아는 노조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고발한다고 협박하면서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그럴수록 노조의 악행은 심해졌다"며 "고소 조치가 진행되는 동안 노조의 집단 행동으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건설업체 40% "보복 두려워 신고안한다"

    실제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6일부터 4일 간 전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노조 불법 행위 신고 관련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대상 201개 종합건설업체 중 40%에 달하는 80개 업체가 신고 의향을 묻는 질문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는 '노출로 인한 보복 두려움'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58곳(41%)으로 가장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사기관 등이 보복 행위 등 노조의 횡포를 철저히 막아줘야 신고도 원활해지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건설노조 불법 행위 특별단속의 일환으로 지난 19일 건설 관련 노조 사무실 14곳과 주거지 20곳에 수사관 160명을 보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와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의정부 전국건설노조, 민주연합·산업인노조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22점을 포함한 전자정보 1만7천점 등을 분석해 불법 행위가 발견될 시 관련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