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베트남 지역 소주 수출 급등… 84.5% ↑필리핀 소주는 반토막… 성장동력 둔화 우려"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 재편 이후 수혜 입을 것"
  • ▲ 동남아시아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한국 소주ⓒ조현우 기자
    ▲ 동남아시아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한국 소주ⓒ조현우 기자
    한류 열풍에 힘입어 3년만에 전체 소주 수출액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인 필리핀은 한 해 사이 수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며 성장 동력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소주 수출액은 약 11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일반 소주 수출액은 2018년 1206억원 이후 지속적으로 줄며 2021년 1019억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과일 소주가 포함된 기타 리큐어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기타 리큐어 수출액은 약 1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특히 미국과 베트남 지역 신장이 두드러졌다. 미국의 지난해 소주 수출금액은 약 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41.9% 증가했다. 베트남 역시 약 82억원으로 같은 기간 84.5% 늘었다.

    반면 주요 수출국가인 중국, 일본은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데다 다양한 주류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수출금액은 0.49% 신장하는데 그쳤으며, 중국은 오히려 6.8% 감소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진출해있는 필리핀 수출은 반토막이 났다. 필리핀의 지난해 소주 수출금액은 약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줄었다. 대 필리핀 소주 수출 비중은 전 세계 기준 2%, 동남아시아지역으로 한정해도 16% 수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필리핀은 인구 1억여명의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갖고 있으며 증류주 시장은 연간 6000만 상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 동남아시아 한 대형마트에 롯데칠성음료의 순하리 입간판이 세워져있다ⓒ조현우 기자
    ▲ 동남아시아 한 대형마트에 롯데칠성음료의 순하리 입간판이 세워져있다ⓒ조현우 기자
    국내 기업들도 필리핀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략에 나선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필리핀에 6번째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는 필리핀 시장에서 증류 소주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27%에 이른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2018년 현지 맞춤 상품인 ‘진로 라이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2010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순하리를 통한 국가별 맞춤 전략을 통해 필리핀 시장에서 3년간 연평균 271%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수출 규모가 줄어들며 성장 동력이 약화된 것이 아닌 것이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 내 한국식 소주가 자리잡으면서 현지 기업들의 카피 제품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지 기업인 엠페라도는 패키지 디자인을 유사하게 만든 ‘행복한 소주’를 출시했으며, 보드카 희석 소주인 ‘매일과일’ 등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카피 소주 제품 가격은 100페소(약 2260원)으로, 최근에는 이보다도 낮은 50페소(약 1130원) 가격대의 제품도 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제품 가격인 120페소 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카피제품의 난립은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인 만큼, 추후 필리핀 소주 시장이 재편되면 이에 대한 수혜를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필리핀 시장 내에서 소주 관련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카피제품은)소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이 자체가 커지면 관련 실적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