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농가 무단침입 점검 구설수한전 "무단침입 아냐…정상적인 점검"전기요금 인상에 불만 팽배…한전 "농사용 전기 종합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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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열요금 등 에너지 비용이 대폭 오르면서 한파를 보내는 국민들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한국전력이 농사용 전기에 대해 무리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1~12월 전남 구례군에서 농사용 전기를 농작물 보관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한 농민 41명을 적발해 총 2100만원의 위약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 직원이 한 농가의 저온창고에 무단침입해 사진을 촬영해가고 700만원대의 위약금을 부과했다며 논란이 일었다.

    한전은 단속과정에서 무단침입은 없었으며 해당 농가의 농민에게 사전 연락을 통해 허락을 구한 뒤, 정당하게 위약금을 부과했으며 700만원이란 금액은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 농사용 전기, 불만원인은 전기요금 인상?

    한전이 농사용 전기에 대한 단속에 나서는 이유는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농사용 전기가 일반용 전기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농작물을 보관하는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면 일반용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용 전기는 kWh(킬로와트시)당 139.1원인데 반해 농사용 전기는 kWh당 56.9원으로 4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전은 특정기간을 잡아 단속에 나서는 것이 아닌, 상시적으로 농가가 사용하는 농사용 전기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 

    한전은 해명자료를 통해 "이번 점검은 농작물만을 보관해야 하는 저온저장고에 다량의 가공식품 등을 보관하면서 현저히 낮은 농사용 요금을 적용받은 사례"라며 "공정한 전력거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농가에 대한 점검이 논란이 된 것은 최근 급등한 전기요금에 더해 가스요금과 열요금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불만이 표출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kWh당 총 19.3원이 인상됐으며 올해 1분기에는 kWh당 13.1원이 인상됐다. 지난해 인상분의 68%나 인상된 것이다. 지난해 인상된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5.47원 인상되며 난방비 폭탄의 주범이 됐다.

    이번 농사용 전기 단속과 가스요금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국민 입장에선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기요금에 불똥이 튀었단 지적이다. 야당에선 국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경을 주장하는 마당에 한전은 적자 때문에 애먼 농민들을 잡고 있다는 핀잔이 나오는 이유다. 

    ◇ 전기요금 단계적 인상 실패한 정부, 원인은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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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연합뉴스
    한전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많다. 일명 '전기도둑'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2019년 1906건이었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고 2020년 1357건으로 감소했지만, 2021년 1517건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저렴한 농사용으로 전기사용을 신청해놓고 식당을 운영하다던가, 김치 등의 가공식품을 저장해놓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목적 외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도둑'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이미 현장에선 한전의 점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전은 이 같은 불만이 갑작스럽 전기요금 인상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실 전기요금 단계적 인상 주장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2017년 kWh당 109.53원, 2018년 112.38원, 2019년 115.30원, 2020년 118.30원, 2021년 121.38원, 2022년 124.53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적용된 전기요금은 2018년 108.74원, 2019년 108.65원, 2020년 109.80원, 2021년 108.11원, 2022년 110.41원에 불과했다. 그 결과, 한전은 지난해 30조원(추정치)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가 발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도 영향을 미쳤다. 

    적자 타개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농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한전도 마냥 점검을 밀어붙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전은 농사용 전기에 대한 위약 판정기준과 위약금 산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기 위반 사용 점검에 대해선 종합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겠단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사실 농사용 전기도둑은 과거부터 적발 사례가 많았고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있었다"며 "최근 에너지 가격이 오르니까 농민들의 불만이 생기고 일부 언론보도가 심하게 나가면서 논란이 됐는데, 이를 감안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