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대출이자 눈덩이…'털어내기' 매물 급증공덕자이·개포자이프레지던스 등 입주권 1년새 5억↓이자부담 느는데 거래 '뚝'…자본부족 조합원 '진퇴양난'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뉴데일리DB
    한때 '로또'로 불렸던 조합원 아파트 입주권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중도금 등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조합원들이 너도나도 저가매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로 입주권 거래도 끊기면서 자본이 부족한 조합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태에 놓이게 됐다.

    3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하락세가 장기화하면서 거래가 급감하자 몸값을 크게 낮춘 입주권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

    입주권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조성되는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로 매수시 조합원 자격이 승계된다. 평균 당첨가점 상승 등으로 청약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효율적인 내집마련 수단으로 여겨져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집값이 'L자' 형태의 하향안정세로 접어들고 주요 아파트들의 실거래가가 급감하면서 입주권 시세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입주권 손절 '러시'는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권에서 시작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9층)는 지난해 11월 30억34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이전 신고가인 같은 평형 18층의 38억7407만원보다 8억7000여만원이나 떨어진 금액이다.

    이달 초에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19층) 입주권이 이전 신고가보다 5억원 떨어진 24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강남을 시작으로 촉발된 입주권 하락거래는 서울 강북과 인천 등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전용 59㎡(2층) 입주권은 최근 10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월 같은 평형 6층의 매매가인 15억원보다 4억5500만원이나 빠진 액수다.

    '신림뉴타운'의 한 축인 신림2구역에서는 9억원대 중반 가격으로 입주권 매물이 풀리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4억원대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서울내 신축아파트를 10억원 이내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어 최근 문의가 늘고 있다"며 "다만 시장 전체적으로 입주권이나 분양권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라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인천 등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권도 몸값을 낮춰 거래중이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e편한세상 부평그랑힐스'의 경우 전용 84㎡(11층) 입주권이 작년 1월 7억2758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같은 평형 35층 매물이 약 2억원 떨어진 5억3000만원에 올라와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입주권은 조합원이 보유한 것으로 일반분양 물량보다 고층인 데다 내부옵션도 우수해 보통 입주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시세가 높아진다"며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조합원 입주권이 갖는 메리트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를 앞둔 류모씨(37)는 "올라도 너무 오른 금리 탓에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더 늦기전에 털어내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하지만 한달째 거래가 되지 않고 있어 속절없이 이자부담만 떠안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입주권 급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지만 시장침체 여파로 거래성사율은 현저히 낮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입주·분양권 거래는 68건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가장 적었다.

    거래량은 2016년 9948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이후 △2017년 8652건 △2018년 2532건 △2019년 2114건 △2020년 894건 △2021년 264건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