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솔리다임 실적 직격탄낸드 무형자산 손실 등 4Q 총 2조5천억 떠안아M&A 조직 통합 및 시너지 수년 소요되는데… 업황 악화 겹쳐 수업료 더 비싸져
  •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분기 기준 적저전환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고전하는 가운데 앞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한 키옥시아와 솔리다임도 실적 발목을 잡아 주목된다.

    낸드플래시 시장이 악화되며 키옥시아와 솔리다임도 실적 직격탄을 맞았고 그 밖에 낸드 관련 무형자산 손실액까지 총 2조 5000억 원이 고스란히 비용으로 남았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된 메모리 수요 감소로 낸드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앞서 투자했던 낸드 제조사들의 실적 타격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난해 4분기에만 키옥시아와 솔리다임을 포함해 낸드 무형자산 손실이 2조 5230억 원 발생해 일회성 비경상적 비용으로 처리됐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연말 보유자산 평가를 실시한 결과 4분기에 키옥시아와 솔리다임 등에서 일회성 비경상적 비용이 발생됐다"며 "키옥시아의 경우 보유 지분에 대한 가치 평가 결과 지난해 4분기 약 6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됐다"고 밝혔다.

    이 중 SK하이닉스가 손실 규모를 밝힌 키옥시아의 경우 낸드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앞서 업계 2위 자리를 오랫동안 점했던 곳이지만 이번 낸드시장 악화에 여지 없이 무너졌다. 반도체업계에선 키옥시아가 옛 도시바 메모리에서 매각 절차를 밟은 이후 주인이 바뀌고 현재까지도 재차 매각과 상장(IPO) 이슈를 이어가고 있는 탓에 낸드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옛 도시바 메모리가 매물로 나오자 한·미·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4조 원 자금을 들여 현 키옥시아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금 4조 원 중 일부 중 베인앤캐피털이 조성한 펀드에 출자자(LP)로 2조 7000억 원 가량을 투자하고 나머지 1조 3000억 원 가량은 옛 도시바 메모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보통주 전환 기준으로 키옥시아의 지분 약 40%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2021년 키옥시아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준비한다는 전망에 이어 지난해 키옥시아가 낸드시장 4위인 웨스턴디지털과 합병 협상을 개시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인 SK하이닉스가 투자금을 훨씬 뛰어넘는 수익을 거둘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간의 합병 추진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데다 낸드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오히려 비싼 수업료부터 내게 됐다는 평이 나온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낸드시장이 더 침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키옥시아 투자로 발생되는 손실이 '조 단위'를 넘어서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키옥시아보다 2년 전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무시하기 어렵다. 솔리다임은 키옥시아와 달리 SK하이닉스가 M&A를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야하는 곳인데, 인수 첫 해부터 모회사에 대규모 손실만 안겨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솔리다임의 정확한 손실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발생한 일회성 비용 전체가 2조 5000억 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천억 원 수준에서 크게는 1조 원이 넘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솔리다임 실적이 포함된 SK하이닉스 미국 낸드 법인은 매출 1조 1000억 원대에 당기순손실 613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 2분기 대비 손실 폭을 6배 가까이 키웠다. 지난해 1분기 미국 낸드법인의 손실규모는 1500억 원대, 2분기에는 1000억 원대 수준이었다.

    인수 하자마자 솔리다임 손실 규모가 너무 커지자 SK하이닉스는 연간 성과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기준에 솔리다임의 실적을 한동안 제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실적발표 이후 임직원들에게 "올해 PS 지급률 결정에는 솔리다임에 대한 딜 클로징(Deal Closing) 시점을 고려했다"며 "오는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솔리다임 실적을 제외하고 PS를 산정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통상적으로 M&A로 조직을 통합하고 시너지를 내기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보지만 여기에 업황 악화까지 겹치면서 SK하이닉스가 안고 가야할 수업료는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