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후 매주 재판 출석법원에 발 묶이며 '뉴삼성' 행보 걸림돌재판부 휴정일 틈타 제한된 출장 이어가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상윤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상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지 100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경영 행보에 주력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하는 동시에 협력사와 임직원을 직접 챙기며 '상생 경영'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주 재판에 출석하는 등 '사법리스크'가 남아있어 '뉴삼성'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8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재판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자신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부당 행위를 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돼 2년 넘게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고 있으며,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 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판에도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 된 이후 조직을 추스리는 동시에 기업 본연의 역할에 다하는 데 힘을 쏟았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면을 기점으로 '뉴삼성' 구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10월27일 회장직에 오른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을 갖지 않았지만,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에 속도를 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첫 출장지로 중동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온 데 이어 동남아시아, 유럽 등을 잇달아 찾았다.

    특히 UAE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 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UAE·스위스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또 찾았다. 앞선 출장에서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임직원에게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던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현장 방문 등에 동행하며 UAE로부터 3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를 소개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도 연회장을 누비며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에게 한국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알리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멈춰졌던 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도 보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인수합병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며 "보안 문제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매주 진행되고 있는 공판으로 자유로운 출장이 제한돼 있다. 취임 첫 날인 지난해 10월27일에도 재판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피고인이 공판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번 직접 출석해야 한다. 이 회장 측은 재판부에 사유서를 제출해야만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이 회장은 법원 및 재판부 휴정일을 틈타 해외 출장을 나가곤 했다.

    일각에서는 빨라야 올 하반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법원 출석에 따른 경영공백은 불가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