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회장 "위험 넘어 성공 쟁취해야 '삼성의 내일' 열린다"주위 반대 불구 '반도체 신화' 달성… D램 시장 '30년째 1위'이 회장, 기술중시 경영 강조… "세상에 없는 기술로 승부수"
  •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삼성전자
    ▲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삼성전자
    "막대한 설비투자가 들뿐더러, 기술혁신의 주기가 매우 짧은 반도체 생산에는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 그러나 그 위험을 뛰어넘어 성공을 쟁취해야만 삼성의 내일은 열린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이 같이 회고했다. TV도 제대로 만들지 못할 정도의 기술력 부족을 겪고 있던 삼성이지만 삼성의 미래를 위해 최첨단기술 집약체인 '반도체' 사업을 선택한 배경이다.

    이 창업회장은 우리나라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이테크' 산업에 뛰어들어야한다고 판단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만이 삼성이 30년 이상 장수할 수 있는 미래라 판단한 것이다.

    가능성을 확인한 이 선대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결심했다. 1983년 2월 8일, 한국 기업사(史)에 남은 이른바 '2.8 도쿄 선언'이 나온 것이다. 올해는 '도쿄선언' 이후 꼭 40년이 된는 해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30년째 1위 자리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2.8 도쿄선언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삼성이 반도체 신화를 이뤅한 데는 마냥 평탄하지 않았다. 최첨단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주위 반대도 심했다. 

    당시 반도체 사업은 최첨단 기술로 분류되면서 인구 1억 이상, GNP 1만 달러 이상, 국내 소비 50% 이상이 충족돼야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였다. 이같은 잣대를 비춰볼 때 삼성이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는 하나도 없었다. 경영진들이 '승산없는 싸움'이라 평가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재계를 중심으로도 "3년을 넘기지 못할 것" "삼성의 가장 큰 실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 창업회장의 결심은 확고했다. 결국 삼성은 기흥에 터를 닦고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샤프에서 기초 기술을 배워 64K D램 개발에 나섰다. 이후 삼성전자는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었고 그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10년 이상 뒤쳐졌던 기술 격차를 4년 수준으로 좁힌 것이자 무모한 도전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도쿄 선언 이후 9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를 지켜본 미국의 인텔, IBM, 일본 관계자들은 경탄을 감추지 못했다.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 위한 작업인원은 연간 20만명에 달했다. 

    이 창업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삼성의 성공과 관련 관계자들의 의견을 언급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삼성의 성공에 대해 ▲삼성의 확고한 기업정신 ▲반도체 산업 활기 ▲고도의 기술인력 확보 ▲노동력 ▲어려운 입지조건에 적합한 부지 및 자금 조달 등을 꼽았다. 

    이 창업회장은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 비중이 점차 커져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반도체 개발 전쟁에 참여해야만 한다"며 "반도체 산업은 험난한 산업이다. 고가의 기기들이 계속 투입돼야 하는 장치 산업이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 1985년 5월 21일 삼성반도체통신 기흥 반도체 2라인 준공식에서 고 이병철 창업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당시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제막 줄을 당기고 있다.ⓒ삼성전자
    ▲ 1985년 5월 21일 삼성반도체통신 기흥 반도체 2라인 준공식에서 고 이병철 창업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당시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제막 줄을 당기고 있다.ⓒ삼성전자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올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56K D램 개발시에는 기존 4인치 웨이퍼에서 곧바로 6인치 웨이퍼로 '월반'했고, 일본 기업들이 1987년 불황을 맞아 설비 투자를 축소할 때는 오히려 신규 라인을 건설, 곧이어 찾아온 호황기에 누적 적자를 해소했다.

    4M D램을 개발할 때는 '트렌치'와 '스택' 방식을 놓고 선진업체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이건희 선대 회장은 수율이 높은 스택 방식을 택했고, 이후 스택 방식이 4M, 16M, 64M D램까지 기술 주류가 되면서 삼성이 메모리 분야 1위에 올라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96년 1기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을 비롯해 20나노급 D램(2011년), 3차원 수직구조 1세대 V낸드(2013년), 3세대 V낸드(2015년), 10나노급 D램(2016년) 등 '세계 최초' 수식어가 이어졌다.

    40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위기에 봉창했다. 팬데믹이 불러 온 수급 불균형에 메모리반도체 가격까지 급락하는 등 경영 불확실성도 한층 짙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은 기술중시 경영을 통해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며 "창업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로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고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외 활동을 펼치면서 지속적으로 '기술력 확보'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6월에는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언급,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8년에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도 직접 참석해 '기술 중시 경영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지난 7일 삼성디스프레이 방문에서도 이 회장의 이 같은 의지를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하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