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내년 3월 목표 상장 준비중"… 美 나스닥 행매각 불발 이후 꾸준히 원매자 찾아… 삼성·SK도 '눈독'반도체 시장 한파 불구 M&A 물 밑 작업 '활발'… 삼성·SK 인수 매물 '관심'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매각에서 상장(IPO)로 최종 방향을 정했다. 반도체업계에서 눈 여겨보던 매물이 내년 3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인수·합병(M&A) 대상자를 찾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9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질의응답에서 내년 3월을 목표로 ARM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소프트뱅크는 그간 추진해왔던 매각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고 상장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일부를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줄에 숨통을 트일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4분기 주력 운영 펀드인 '비전펀드'에서 58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 가량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는데 올해 상장과 같은 엑시트(Exit) 전략을 적극 활용해 만회에 나선다.

    ARM은 매각과 상장 이슈 등으로 몇 년간 몸살을 앓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도 굳건한 실적을 보여줬다. 지난 8일(현지시간) 지난해 3분기(10~12월) 실적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28% 증가한 7억 4600만 달러(약 9339억 원)을 달성했고 그 중 핵심인 로열티 매출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4억 4600만 달러(약 5583억 원)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소프트뱅크는 이처럼 반도체 위기 상황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주면서 상장을 통해서도 충분히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때 거론됐던 영국에서의 상장 대신 미국 나스닥 상장을 택한 것도 더 큰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잇따른 투자손실로 매각을 성사시켜 손실을 만회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최종 M&A 파트너로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딜을 추진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규제 당국에 막혀 좌절되면서 매각 전략이 큰 위기를 맞았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단독 인수가 아닌 컨소시엄 형태로만 인수가 사실상 가능해지면서 SK하이닉스가 먼저 인수전에 참여할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지난해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단독 회동을 제안하면서 삼성전자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미국 나스닥 상장 전 지분매각(pre-IPO) 방식으로 삼성에 투자를 제안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양사는 지분 매각을 제외한 장기적 포괄 협력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소프트뱅크가 이 회담에서 매각 관련해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 알려지자 반도체업계에서도 M&A에 대한 관심도가 빠르게 식었다.

    이번에 결국 나스닥행을 택하면서 반도체 M&A 시장 최대어는 사라졌다. 여전히 M&A를 통한 미래 대비가 중요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다음 인수 후보로 어떤 분야의 어떤 기업을 살펴보고 있는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도체업계에서 M&A는 이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과거보다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져 국가적으로 진입장벽을 더 높이고 있는 추세이고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스타트업이나 기존 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이 훨씬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이미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선 합종연횡이 물 밑에서 활발하다. 이미 다수의 반도체 투자 매물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올해 투자 성과를 밝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