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 사업 분사, 100% 자회사 출범올해 3000대 이상 운영 목표… 중고시장 오픈 추진
  • ▲ 지난 11일 송파구 가든파이브툴즈 비로보틱스 본사에서 만난 김민수 대표.ⓒ정상윤 기자
    ▲ 지난 11일 송파구 가든파이브툴즈 비로보틱스 본사에서 만난 김민수 대표.ⓒ정상윤 기자
    식당에 들어서면 다가와 반가운 인사를 건낸다. 빈 좌석을 보여주고 원하는 곳을 선택하면 안내를 시작한다. 자리에 앉으면 메뉴를 추천한다. 한 번에 30~40킬로그램(kg)의 음식을 거뜬히 나르는가 하면, 쉴 틈 없이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게와 메뉴를 홍보하고 손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각종 이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일 잘하는 직원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우아한 형제들이 선보인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다.

    “처음에는 자영업자들의 마케팅을 돕기 위해서 (로봇사업)을 시작했죠.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개인사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딜리’가 없었으면 어쩔뻔했냐는 사장님들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지난 10일 송파구 가든파이브툴즈 비로보틱스(B-ROBOTICS) 본사에서 만난 김민수 대표는 자영업자들의 일화를 소개하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로봇을 로봇으로만 보던 김 대표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진심이 됐을까? 그는 대학교때 무역학을 전공했고, 우아한형제들 입사 전까진 CJ CGV에서 영화 관련 직무에 종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아한형제들의 비전에 매력을 느껴 합류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로봇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 ▲ 김민수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정상윤 기자
    ▲ 김민수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정상윤 기자
    지난 2019년 1월 우아한형제들과 처음으로 연을 맺은 그는 사업개발, 전략파트너십 발굴 등 직무를 거쳐 로봇사업실장을 역임한 후 비로보틱스의 초대 대표를 맡게 됐다. 비로보틱스는 이달 1일 출범한 우아한형제들의 서빙 로봇 자회사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형태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로봇배달’을 회사의 미래로 점찍었다. 이듬해인 2019년 임대 형태의 상품을 출시하며 안정적인 사업 모델 구축에 성공했고, 지난해 5월 합리적인 임대 상품으로 서빙 로봇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후 로봇배달서비스실을 서빙로봇사업실로 재편하고 그해 11월 서빙로봇 사업 분사를 결정했다. 현재 3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 중이며 연말까지 60여명 정도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서빙로봇 분사는 사업적으로 자립이 가능했기에 할 수 있었다”면서 “더 나아가서는 우아한형제들 내부보다는 독립성을 갖고 스타트업처럼 일 하는게 서빙로봇 사업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분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비로보틱스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배민이 서빙 로봇 사업을 분사한 것은 커지는 서빙로봇 시장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의사 결정 구조를 간소화 할 수 있어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빠르고 과감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실제 배민의 서빙로봇 사업 성장세는 가파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회사의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는 2월 10일 현재 1500여대가 전국 1000곳 식당에서 서빙 중이다. 

    딜리플레이트는 가로·세로 50cm, 높이 약 1.3m의 자율주행로봇이다. 지능형 자율주행 기능으로 최적의 동선을 파악해 주문한 테이블에 도착한다. 3D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로 이동 시 테이블 간 좁은 사이를 순조롭게 이동하며 장애물을 피하거나 멈춰 설 수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딜리플레이트를 도입한 식당은 500곳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을 통해 현재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데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한 점이 이유로 꼽힌다. 아울러 차별화된 기술 및 가격 경쟁력, 자체서버 구축, 전용 어플리케이션(배민 로봇)을 통한 손쉬운 조작 등도 딜리플레이트 보급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 ▲ 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가 딜리플레이트를 작동시키는 모습.ⓒ정상윤 기자
    ▲ 김민수 비로보틱스 대표가 딜리플레이트를 작동시키는 모습.ⓒ정상윤 기자
    김 대표는 “로봇자체 성능, 품질, 안정성도 높고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서빙을 수행하며 마케팅도 할 수 있다”면서 “사장님이 로봇에 콘텐츠를 자유롭게 넣을 수 있는데 스크린 자체가 커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메뉴 홍보나 영상을 튼다거나 음성을 넣거나 자유롭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6월 선보인 합리적 가격의 상품으로 자영업자들의 이용률이 크게 늘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시장에서 서빙로봇 렌탈상품은 50~60만원 대가 보편적이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대여요금이 월 34만원(36개월 약정)대로 납부하다 3년 후 구입을 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재 딜리플레이트를 사용하는 고객의 60~70%가 해당 상품을 이용 중이다.

    비로보틱스는 올해도 고도화된 서비스로 로봇 보급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상반기 내 음식점 호출 벨과 서빙 로봇을 연동해 향상된 서빙과 퇴식 기능을 선보이고 연내 기존 기능을 향상한 세 모델도 선보인다.

    또 서빙 로봇을 스크린골프장, PC방, 당구장, 물류센터 등 다양한 매장에 투입해 저변을 넓혀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1500대 이상의 신규 로봇을 보급하고, 연말까지 누적 3000대 이상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올해 서빙로봇 중고시장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동차 시장이 신차 시장, 중고시장 있는 것처럼 서빙로봇도 중고시장이 필요하다는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서빙로봇 교체나 처분에 대한 수요도 있을 것으로 파악되면서 해당 영역에서도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장기적으로는 서빙 로봇을 국산화하고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부품 국산화와 주문자 상표 부착(OEM)방식의 로봇 생산도 검토 중이다. 현재 딜리플레이트들의 하드웨어는 중국에서 소프트웨어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향후 국내 제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에서 로봇을 생산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연내 서빙로봇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국내 생산이 되면 해외수출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건비 상승 및 고용난 심화 등 현상이 발생하다 보니 인건비가 높은 나라들에서 로봇에 관심이 있는 거 같다. 현재는 중동이나 유럽쪽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비로보틱스의 비전은 모두가 일하기 편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닌 일손을 덜어주고 공존함으로써 누구나 일하기 쉬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