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TV조선 재승인 의혹 수사... 방통위 간부 줄줄이 구속한상혁 위원장 연루 혐의, 존폐 위기감 고조수장 '자존심' 지키기 급급... 조직 '자존감' 바닥
  • 방송통신위원회가 휘청이고 있다. 방통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감사 및 감찰을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으로 방통위 국·과장급 간부 두 명을 구속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윤모 교수 역시 구속된 상태다.

    특히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경우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한 위원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알박기 인사'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독립기구로 정부(청와대)가 2명, 여당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해 구성한다. 방통위원장의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으로, 매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뀌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올해 7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현 정부와 국정철학을 공유하지 않은 한 위원장은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등에서 배제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2022년 정부업무평가에서 방통위는 최하 등급인 'C'를 받았다.

    한 위원장에 대한 각종 사법 리스크도 불거졌다. 한 위원장과 형제들이 소유한 대전시 유성구 소재 농지를 농막으로 사용하지 않고 별장처럼 사용했다는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된 것. 이후 감사원을 통한 방통위 감사가 진행됐으며, 검찰의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2018년 방통위의 공영방송(KBS, EBS, MBC) 이사 선임 의혹과 관련해 감찰에 들어간 상태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유시춘 EBS 이사장 선출과정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조사 중이다.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에 방통위의 자존감도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잦은 압수수색과 고강도 감사로 일부 직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며 회의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방통위 주요 정책(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 YTN 민영화, 지상파 소유 제한 기준 완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규제 완화, 인앱결제 강제 법안 등)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자존감'은 스스로 가치를 갖춘 존재로 여기고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 감정을 의미한다. 특정 인물을 존중하려 하거나 받들려 하길 바라는 '자존심'과는 엄연히 뜻이 다르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배를 물리치며 자존감을 드러낸 것과 달리, 원균은 자존심을 앞세우며 조선 수군 괴멸을 초래한 바 있다.

    현재 방통위는 해체설까지 돌면서 내부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위원장 개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임기를 채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물러날 때를 알고 수사에 성실히 임해 각종 의혹을 씻는 것이 우선이다. 조직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자 방통위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