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기업대출 확대1년새 3.37→5.7%, 1.7배 뛰어연체율 0.23→0.28% 상승
  • ▲ 서울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코너ⓒ연합뉴스
    ▲ 서울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코너ⓒ연합뉴스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은행들이 대기업 위주 영업전략을 펼친 탓이다. '이자 장사', '돈 잔치' 비판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상생금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 중기업 대출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77.3%에 달한다. 직전달인 11월에는 83.8%까지 치솟았다. 열에 여덟은 5% 이상 고금리를 부담하는 셈이다. 고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1월 5.4%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2월 전체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는 5.76%로 1년 전 3.37%보다 1.7배 높아졌다. 연간 평균금리는 4.44%로 2021년 2.98% 대비 1.5배 올랐다. 지난해 12월 대기업 대출 평균금리는 5.32%로 중소기업 대비 0.44%p 낮았다. 지난해 대기업 대출 중 금리 5% 이상 비중은 18.9%로 중소기업 28.8%보다 10%p 가까이 낮았다.

    가파른 금리인상은 총대출잔액 증가와 맞물려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 대출 총잔액은 953조4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36조7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87조9000억원 껑충 뛰었고, 이듬해 81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증가액은 67조원으로 주춤했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7조3000억원 증가와 비교해도 여전히 큰 폭 증가세다.

    총대출잔액 증가는 중소기업의 대출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598조1211억원으로 한달 새 884억원 줄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109조4832억원으로 3조9658억원 늘었다.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영업에 집중하는 한편, 중소기업에게는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주성 하나금융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는 이달 실적발표회에서 "올해도 지난해 하반기와 유사하게 대기업 대출 중심으로 대출 자산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권 KB국민은행 경영기획 부행장은 "외형성장보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담보된 우량 대출 중심의 일관된 성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높아진 대출문턱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28%로 직전분기(9월) 0.23% 대비 0.05%p 커졌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24%로 0.06%p 뛰었다. 반면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1%에서 0.02%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수익을 막고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이자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데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오는 23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첫 회의를 시작하고 상반기 중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