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회 정기총회 개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추대12년 만의 수장교체… 재계 "기업인 대신 정권 코드 맞추기" 우려김병준 "자유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기조 재정립"
  • ▲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정상윤 기자
    ▲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정상윤 기자
    정경유착에서 시작된 '전경련 패싱'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치인 출신의 회장직무대행으로 끊을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전경련은 제 62회 정기총회를 개최해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공식 추대했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창수 회장이 1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김병준 회장이 직무대행을 맡은 것.

    김 직무대행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냈고,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방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았다. 올해 2월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 취임했다. 

    재계에서 기업 경력이 없는 여권의 정치인으로 전경련이 정권과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김 직무대행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철학적 기조 재정립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경제 이력이 없다고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내며 맡았던 것들이 대부분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경련에서 이 직을 맡아 달라고 한 것도 대통령의 관계 때문이 아니고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보고 부탁한 것"이라며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은 소위 말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경련의 앞으로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국민들과의 소통을 꼽았다. "이제는 정치와 정부의 권력이 아닌 국민이 가장 큰 권력을 갖고 있다"며 "전경련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호흡하겠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 앞으로 6개월 정도 활동하면서 미래 청사진인 전경련 발전안(뉴 웨이 구상)을 필두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자유주의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선 사실 6개월, 2년, 3년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6개월이라는 저 스스로와 정한 시간 동안 책임감을 가지고 혁신안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직무대행으로 온 것에 대해 "현재의 전경련은 비상시국으로 볼 수 있다"며 "전경련의 주인은 기업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기업인들이 직접 운영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재계의 맏형 격이었던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미르재단 후원금 모금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후 여론의 비판이 이어진 끝에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는 등 위상이 급속도로 격하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경련 패싱'이란 단어를 만드는 수모를 겪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위상 회복을 노렸으나, 지난 연말 대통령-경제단체장 만찬 등 주요 행사에 전경련이 빠지며 재계 안팎에서는 또 다시 전경련 패싱이 나타난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