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 좌초후 정비사업 '스톱'개발방식 두고 주민간 의견차…토지소유권도 발목서울시 중산시범 시유지 매각검토…재건축 기대감↑
  • ▲ 용산정비창 부지 일대 전경. ⓒ연합뉴스
    ▲ 용산정비창 부지 일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용산은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 등 이슈가 몰려 가장 뜨거운 부동산시장으로 꼽히지만 서부이촌동(이촌2동)만큼은 예외다.

    국제업무지구 조성이 예정된 용산철도정비창과 한강변사이에 위치한 '황금입지'임에도 불구하고 토지소유권 문제와 개발방식을 둘러싼 주민간 의견차이로 재건축사업이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낡고 허름한 아파트단지와 정돈되지 않은 주택가는 국내 대표부촌인 동부이촌동(이촌1동)내 고가아파트 단지와 대비돼 서부이촌동 낙후성을 보다 두드러지게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별적으로 민간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이 우세한 가운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연계한 통합개발을 지지하는 의견도 적잖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가 주도하는 대규모 용산개발프로젝트에서 서부이촌동은 한발짝 비켜선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약 50만㎡ 용산철도정비창을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사업계획에서 서부이촌동을 제외해 별도보상이 필요 없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는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실패경험이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2007년 당시 오세훈 시장은 국제업무지구 개발프로젝트에 서부이촌동을 포함해 통합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개발계획 발표후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보상문제가 발목을 잡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 주민들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에 먹구름이 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부동산경기침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사업은 결국 좌초됐다.

    이후 서부이촌동 노후단지들은 제각각 정비사업을 추진중이지만 개발방식을 두고 주민들간 의견이 엇갈려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부이촌동에는 △중산시범 특별계획구역 △이촌시범·미도연립 특별계획구역 △이촌1구역 특별계획구역 등 정비예정구역 3곳이 지정돼 있지만 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된 곳은 아직 없다. 

    이중 이촌1구역은 아파트가 없는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으로 약 500여가구가 거주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비예정구역 3곳중 유일하게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돼 사업속도가 가장 빠르지만 전망은 밝지만 않다. 복잡하게 얽힌 토지지분 탓에 소유주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도통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2015년 추진위 승인후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합설립인가 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직 조합설립 전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프리미엄이 3억이상 붙기도 했지만 현재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맞물려 가격이 많이 빠진 상황"이라며 "전면에 대림아파트가 있어 23층이상만 한강조망이 가능하고 재건축시 일반분양물량이 100가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현상황에서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 서부이촌동 주택가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 서부이촌동 주택가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이촌시범·미도연립 특별계획구역 아파트단지는 9개동 198가구로 이뤄져 있다. 1970년에 준공된 이 단지는 전용 49·59·69㎡ 등 3개타입으로 구성돼있으며 아직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다.

    중산시범 특별계획구역 아파트단지는 1970년에 준공됐으며 6개동 228가구와 상가로 구성돼 있다. 전용 39·49·59㎡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이촌1구역과 마찬가지로 추진위원회 승인까지 완료됐지만 아직 조합은 설립되지 않았다.

    1996년 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 'D등급'을 받은후 30년째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토지를 서울시가 소유한 토지임대부주택 형태라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

    입주시점인 1970년에 마포구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범아파트 건설사업이 일제히 중단됐고 그 과정에서 건물과 토지 담당부서 행정공백이 생기면서 입주자 토지소유권을 입증할 문서가 사라져 건물은 소유주가, 토지는 서울시가 보유한 기형적 구조를 띄게 됐다.

    과거 서울시가 보유한 토지를 매각하려 했지만 주민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됐고 지난 문재인정부에서는 공공재건축이 추진됐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현재 서울시는 중산시범 소유주를 상대로 6378㎡ 규모 시유지를 매각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안을 다시 계획중이다. 추진위에 따르면 가구당 최대 4억4000만원 용지매입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체가구 80%이상이 용지매입에 찬성하고 있어 감정평가 등을 거쳐 올 연말에는 구체적인 매입가격 등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과거 추진됐던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통합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서울시가 35층 제한폐지와 '성냥갑아파트' 퇴출을 위한 용적률 완화 등 규제완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 사업통합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게 통합개발 찬성 측 주장이다.

    다만 대다수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여전히 통합개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부이촌동에 거주하는 A씨는 "과거처럼 통합개발을 추진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재산을 강제수용당하거나 원하지 않은 임대물량이 배정되는 등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국가가 서부이촌동 아파트 재건축은 민간이 알아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서부이촌동은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혼재해 있고 토지소유관계가 복잡해 정부주도로 보상이나 사업진행이 이뤄질 경우 혜택을 덜 받는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며 "여러 단지를 하나로 묶기보다는 단지 개별적으로 민간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