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는 아직 5%대 '고공행진'… 전기·가스·수도 역대 최대상승석유류 1.1%↓, 2년 만에 하락 전환… 축산물도 2.0%↓, 3년5개월만정부 물가경로 전망에 부합… 秋부총리 "둔화흐름 더욱 뚜렷해질 것"
  • ▲ 전기계량기.ⓒ뉴데일리DB
    ▲ 전기계량기.ⓒ뉴데일리DB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5%를 밑돌았다. 전기·가스료 등 공공요금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그동안 고물가를 견인했던 석윳값이 2년 만에 하락했다.

    줄곧 오르기만 하던 근원물가도 6%대에서 5%대로 떨어져 고무적이다.

    공공요금이 들썩이며 불안감을 키웠던 물가는 일단 정부가 전망한 경로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6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8% 올랐다. 4%대 물가 기록은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둔화하다가 올해 1월(5.2%) 공공요금이 출렁이며 0.2%포인트(p) 반등했다. 2월에도 전기·가스료 인상분이 반영되며 물가가 5%대 고공행진을 이어갈 거로 관측됐으나 예상을 깨고 전달보다 0.4%p 떨어지며 둔화로 돌아섰다. 4%대 물가 진입은 정점 이후 7개월 만이다.

    2월에도 공공요금 인상은 가팔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8.4% 급등했다. 전달(28.3%)보다 0.1%p 오르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경신했다. 전기료 29.5%, 도시가스료 36.2%, 지역 난방비 34.0%가 각각 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물가 상승을 잡아끈 것은 그동안 고물가를 견인했던 석유류와 농·축산물 가격이었다. 공업제품 중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1% 내렸다. 석유류 가격이 내린 것은 지난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이다. 경유(4.8%)와 등유(27.2%)는 올랐으나 휘발유(-7.6%)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5.6%)가 내렸다.

    반면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은 10.4% 올랐다.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빵(17.7%), 스낵 과자(14.2%), 커피(15.6%)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1.1%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농산물은 1.3% 반등했다. 채소류는 7.4% 급등했다. 풋고추(34.2%), 파(29.7%), 오이(27.4%), 양파(33.9%) 등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수산물도 8.3% 올라 전달(7.8%)보다 상승 폭이 컸다. 고등어(13.5%)가 많이 올랐다.

    하지만 축산물은 2.0% 하락했다. 축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내린 것은 2019년 9월(-0.7%) 이후 3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산 쇠고기는 6.1%, 수입 쇠고기는 5.2% 각각 내렸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7%로 전달(5.9%)보다 둔화했다.
  • ▲ 주요 부문 물가지수(전년동월비).ⓒ통계청
    ▲ 주요 부문 물가지수(전년동월비).ⓒ통계청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9.2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근원물가는 줄곧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전달 5.0%까지 상승했다가 2월 들어 상승 폭이 꺾였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107.69로, 1년 전보다 4.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4.3%) 이후 둔화세를 이어갔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4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12.19로,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주요 부문별 물가지수 중 유일하게 5%대를 보였다.

    2월 물가는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동반 하락해 주목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2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쯤을 나타내다가 3월에 4%대로 낮아지고 그 추세가 계속돼 올해 말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2월 물가는 큰 틀에서 물가당국의 경로 전망을 따르고 있어 고무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앞으로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 부총리는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주요 먹을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고통 분담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