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 4%대로 둔화… 정부 경로전망보다 흐름 빨라지난달 秋 "물가안정 확고하다면 모든 정책기조 경기쪽 전환"이달 美연준 다시 '빅스텝' 밟나… 파월 의회 발언에 이목 집중한은 "리오프닝 효과 제한적… 中 5% 성장시, 韓 성장제고 0.3%p"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한풀 꺾였다. 물가 흐름은 물가 당국의 경로 전망을 따르고 있다. 오히려 한 달쯤 빠른 양상이다. 정부가 정책 기조를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전환하는 시기가 빨라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변수는 G2(미국·중국)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만큼 세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유지 전망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앉았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28.4% 급등했으나 석유류 가격이 2년 만에 내리면서 상승 폭을 줄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둔화하다 올 1월(5.2%) 공공요금이 출렁이며 0.2%포인트(p) 반등했다. 2월에도 전기·가스료 인상분이 반영되며 물가가 5%대 고공행진을 이어갈 거로 관측됐으나 예상을 깨고 전달보다 0.4%p 떨어지며 둔화로 돌아섰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도 1월(5.0%)까지 줄곧 오름세를 이어오다 지난달 4.8%로 상승세가 꺾였다.

    2월 물가는 정부의 전망 경로를 따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그 배경으로 "2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쯤을 나타내다가 3월에 4%대로 낮아지고 그 추세가 계속돼 올해 말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2월 물가는 한은의 경로 전망보다 다소 빠른 셈이다. 한은은 6일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2월 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축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전달보다 낮아졌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 ▲ 발언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연합뉴스
    ▲ 발언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연합뉴스
    이제 관심은 정부의 정책 기조가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전환하는 시기가 앞당겨질지에 쏠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월례 포럼'에서 "아직 물가 상방 압력이 높아서 물가 기조를 흩트려선 안 된다"면서도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하다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전환)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6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앞으로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출 부진에 소비·고용 위축까지 겹친 1분기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재정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포럼에서 "올 1분기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서 예산 640조 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경기가 급락하는 부분을 맞춰가면서 관리하겠다"고 했었다.

    경제 전망은 녹록잖다. 지난 1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하며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2%p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은 1.7%로 기존보다 0.3%p 내렸다. 이는 기존보다 0.2%p 올린 일본(1.8%)보다 낮다. IMF 전망이 현실화하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뒤처지게 된다.

    경기 흐름은 좋지 않다. 7일 한은이 내놓은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2.6%로 집계됐다. 3분기 대비 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4%로, 역성장했다.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는 중이다. 수출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1억 달러(66조3825억 원)로 1년 전보다 7.5% 감소했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는 59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5%(44억 달러)나 급감했다.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반면 수입은 554억 달러(73조4000억 원)로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53억 달러(7조225억 원) 적자로,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 활성화가 시급한 이유다.
  • ▲ 미 연준과 파월 의장.ⓒ연합뉴스
    ▲ 미 연준과 파월 의장.ⓒ연합뉴스
    변수는 G2다. 먼저 미국발 긴축발작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의 이목은 이번 주 후반에 나올 미국 고용지표와 미 동부시간으로 7일과 8일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상·하원 출석 발언에 쏠리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데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6.4%)이 시장의 전망치(6.2%)를 웃돌면서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상황이다. 이달 21~2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보다 약할 거라는 관측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다. 한은 조사국은 지난달 27일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 리오프닝은 대(對)중국 수출 회복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통해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도 "중국 경제 재개가 생산보다 소비 중심일 가능성이 크고, 중국 내 제조 분야 재고량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3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5% 안팎으로 제시한 가운데, 한은은 올해 중국이 5% 성장할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 제고 효과는 0.3%p에 그칠 거로 분석했다.